우리 동네 비디오 체인점의 법률이 바뀌었다. 신프로 대여료가 한 개당 천원에서 천이백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동전 두닢조차 껑충이라는 뉘앙스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교통요금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올랐을때와 비슷한(9월부턴 700원이 된다지?) 씁쓸한 감정이 구깃한 천원짜리 지폐를 볼 때마다 느껴진다. 이황 선생, 당신도 별 수 없군요.
전국의 체인점이 모두 다 합의를 본 것인지 우리 동네만 개인플레이를 한 건진 몰라도 여튼 동네의 모든 비디오 가게가 망하고 난 뒤에 독점이 되다시피한 상황에서 갑자기 바뀐 규칙인지라 더더욱 괘씸한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럴 수가 있는 거냐고! 라고 외칠 고객들을 위해 몇 가지 세부조항들도 생겼다. 구프로의 연체료는 하루당 500원에서 300원으로 내리고 선납금 1만원을 내면 1만2000원 어치를 볼 수 있는 등. (우리 가족은 선납금의 70퍼센트를 연체료로 깎아 먹힌 이후 이 제도를 다시는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영업 마인드가 철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체인점 총수가 머리를 쥐어싼 거든 뭐든, 혹시나 내가 나중에 비디오 가게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시스템을 상당히 많이 참고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몇월 몇일부터 시행됨” 이라는 부제하에 떡하니 붙어 있는 그 엄청난 조항들과, 좁은 평수 안에서 몸을 부딪혀가며 비디오를 고르는 우리 동네사람들이 그 조항들을 묵묵히 따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숨이 막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도 외우고 지켜야 할 규칙들 투성이라니! 어쩌면 이게 내가 언제나 장기연체자일 수밖에 없는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