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1998년 감독 우디 앨런 출연 행크 아자리아, 케네스 브래너
출연 주디 데이비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연 멜라니 그리피스
장르 코미디 (SKC)
동창회에 간 40살의 리는 늙고, 뚱뚱해지고, 머리가 빠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낀다. 더이상 늙기 전에 모든 것을 바꾸자고 결심한 리는, 16년에 걸친 로빈과의 결혼생활부터 청산한다. 자동차를 67년형 에스터 마틴으로 바꾸고, 사적으로 공적으로 만나는 배우와 모델 등 모든 여자에게 작업을 걸고, 지독한 혹평을 받아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우디 앨런의 98년작 <셀러브리티>는 명사와 명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서 <셀러브리티>를 설명하자면, ‘개인의 가치가 상실된 사회’에서 ‘모두가 명사여서 진짜 명사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풍자하는 영화다. 누구나 명사가 되고 싶어하지만, ‘진짜’ 명사는 거의 없다. 그들은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배우와 모델, 작가, PD, 토크쇼 진행자 등 수많은 명사들이 등장하는 <셀러브리티>는 우디 앨런 특유의 신랄한 대사와 풀수록 엉켜버리는 사건들을 통해 통쾌한 웃음과 씁쓸하고 우울한 현실인식을 함께 안겨준다. 언제나처럼.
<셀러브리티>는 가볍게 움직인다. 생각해보면 참 힘든 문제이지만, 우디 앨런은 물 위를 건너가듯 날렵하게 뛰어간다. 온몸이 성감대라는 슈퍼모델에게 리가 추파를 던진다. ‘당신의 몸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것 같아.’ 연인이 운영하는 프로덕션에서 일하게 된 로빈은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나왔던 여성을 찾아가 부탁을 한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 성에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섹스 테크닉을 좀 알려달라고. 여자가 묻는다. 오럴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로빈의 답, ‘십자가!’(로빈에게 섹스 테크닉을 알려주는 광경은 <셀리브리티>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이다.) <셀러브리티>의 곳곳에서 어처구니없지만, 사실은 의미심장한 유머가 난무한다.
리는 명사가 되기 위해서 별별 짓을 다 한다. 그러나 늘 문턱에서 미끄러진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로빈은 명사 같은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개척하다가 자연스럽게 유명한 토크쇼의 진행자가 된다. 인생상담사가 뭐라 하건, 점술가가 뭐라 하건 결국은 운이 결정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소설을 탈고하고 마침내 연인과 동거하기로 한 전날 밤, 리는 ‘젊고 예쁜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 셈이다. <셀러브리티>는 잔인하게, 우리가 사소한 유혹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알려준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