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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세이들먼 감독의 <수잔을 찾아서>
2002-08-14

동경하는,질투하는

Desperately Seeking Susan 1985년, 감독 수잔 세이들먼 출연 마돈나 EBS 8월17일(토) 밤 10시

두 여자가 처음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의 삶에 싫증이 난 주부는 멀리서 다른 여성을 지켜본다. 망원경으로 몰래 훔쳐보는 것이다. 렌즈 속 그녀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한 채 담배를 피우며 연인과 입맞추고 있다. 주부 입장에선 질투가 날 법하다. 나도 저런 생활을 꿈꾸었단 말이야. 실제로 해볼 수 있을까? 여성들의 연대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수잔을 찾아서>는 실은 동경(憧憬)의 영화이기도 하다. 자신의 일상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가 완벽한 변신을 꿈꾸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는 왁자지껄한 소동극을 낳고 있으며 <수잔을 찾아서>가 재치있는 코미디가 되는 원동력이 된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남편과 살고 있는 주부 로버타는 현재 생활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녀는 신문 광고란에서 수잔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호기심을 갖는다. 로버타는 수잔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항구에 나갔다가 수잔과 남자친구 짐을 본다. 수잔을 미행하던 로버타는 그녀의 옷을 구입하게 되고 이후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이후 로버타를 둘러싼 크고 작은 소동이 일어나고 사람들 관계는 복잡하게 얽힌다. 역으로 수잔은 로버타의 남편을 만나, 로버타의 풍족한 삶을 엿본다. <수잔을 찾아서>는 수잔 세이들먼 감독의 출세작이다. 이후 수잔 세이들먼은 할리우드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하는 여성감독 중 하나가 되었다. <수잔을 찾아서>는 저예산영화지만 마돈나라는 스타가 출연하고 있으며 다소 어색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에선 ‘의상’이 의미심장한 역할을 한다. 수잔의 삶을 동경하던 로버타는 그녀가 입던 재킷을 구입한다. 평소 같았으면 엄두를 못낼, 싸구려티가 풀풀 나는 옷이다. 로버타카가 사고를 당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뒤, 수잔의 친구들은 로버타가 걸친 옷을 보고 그녀가 수잔이라고 오해한다. 옷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여성의 정체성이 교환된다는 것은 이 평이한 코미디에 여성적 시각을 불어넣는다. 같은 이유로, <수잔을 찾아서>는 본격적인 페미니즘영화라고 논하기는 어렵지만 여성 관객의 고른 지지를 얻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수잔 세이들먼 감독은 이후 <사이보그 유리시즈>와 <메릴 스트립의 작은 악마> 등을 만들었다. SF와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영화를 시도하면서 수잔 세이들먼은 캐스린 비글로, 마사 쿨리지 등과 나란히 할리우드에서 여성감독의 입지를 넓혔다. 1990년대 이후 세이들먼 감독은 전에 비해 주목할 만한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과거에 그녀가 보여줬던 유머감각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재능은 후배 연출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