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미래를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종종 영화 속에 상품이나 브랜드를 등장시켜 광고효과를 노리는 PPL(Product Placement)의 각축장이 되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PPL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백 투 더 퓨쳐2>. 이 영화에는 발 크기에 맞게 자동으로 조여지는 나이키 신발, 타임머신의 연료로 이용되는 밀러맥주, 최첨단 화상전화를 서비스하는 AT&T, 로봇에 의해 자동화된 주유소를 선보이는 텍사코 정유를 비롯해 USA Today, JVC, 펩시, 피자 헛 등의 미래 모습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미래로 간 주인공 마이클 J. 폭스에 감정이입이 되어 있는 관객은, 그런 브랜드들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별다른 무리없이 받아들임으로써 PPL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었다.
얼마 전 개봉된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PPL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백 투 더 퓨쳐2>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래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영화의 등장인물이 이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간접적인 PPL이 아니라, 15개 브랜드의 광고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좀더 직접적인 PPL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렉서스, 리복, 기네스, GAP, 노키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Revo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적인 브랜드의 상품과 서비스가 그 광고들의 주체였다는 사실은, <비즈니스 위크> <인터넷 뉴스> 등의 매체가 그에 대한 분석기사를 다룰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물론 그런 직접적인 PPL로 인해 한쪽에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역사상 가장 비싼 광고’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도함을 논하기 이전에, 이 영화의 PPL은 크게 세 가지 시각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2054년이라는 약 50년 뒤의 미래를 좀더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스필버그 감독이 MIT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의 미래학자, 도시전문가, 과학자 24명을 초빙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3일간의 컨퍼런스를 열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그 컨퍼런스의 주요 논제 중 하나가 미래의 광고에 대한 부분이었고, 그 논의 과정에서 나온 개인화(Personalization)에 대한 개념을 극대화한 것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선보인 영화 속 광고들의 기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선글라스 브랜드 Revo 광고.(왼쪽)미래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거액의 광고료까지 지불한 렉서스의 영화 속 광고.(오른쪽)
♣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래의 리복 광고.
매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홍채를 인식해 그들이 과거에 구매했던 옷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GAP 매장의 광고나, 지하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홍채를 통해 개인의 심리상태까지 추론해 ‘존 앤더튼, 기네스 맥주가 필요하신 것 같군요’라는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네스 맥주 광고는 그런 개인화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것. 이런 개인화된 광고의 개념은 Amazon.com 등 많은 웹사이트에서 고객의 과거 구매내역과 유사한 고객들의 구매내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책이나 물품을 제안하는 광고기법의 미래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개인화 광고의 미래를 보여줌과 동시에, 현재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그대로 미래에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의 배경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는 사실도 강조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의 시각이다. 약 1억달러 정도로 공식 발표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산에서 PPL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2500만달러. 그중 500만달러는 영화 속 미래의 주요 이동수단인 Mag-Lev에 자사의 브랜드 중 하나인 렉서스를 씌운 도요다 자동차가, 200만달러는 헤드폰 형식의 이동전화를 선보인 노키아가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요다의 경우 직접 자사의 디자이너들을 제작팀의 일원으로 투입시켜 Mag-Lev는 물론,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가 직접 운전하는 빨간 미래형 자동차로 등장하는 Circa 2054의 디자인까지 도맡아 해주는 등 추가적으로도 이 영화에 엄청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제작비의 25%를 영화를 만들기도 전에 수익으로 창출할 수 있는데다가 해당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영화제작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PPL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광고주의 시각이다. 그렇게까지 큰 투자를 해가며 영화 속에 PPL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 광고주들은 지금 당장의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PPL이 가지는 미래 가치란, Tivo, ReplayTV 등 이른바 디지털TV 서비스를 통해 점점 TV와 비디오에서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PPL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영화 속에 직접 광고를 집어넣음으로써 전세계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투자비용을 아깝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광고주들의 입장인 것.
결국 이렇게 감독이나 제작사 그리고 광고주 모두의 입장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PPL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것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과도한 PPL로 인해 영화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고 밝힌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영화의 현실감을 배가시켜주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한동안 PPL의 새로운 교과서로 많은 분석의 대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마이너리티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 http://www.minorityreport.com/
렉서스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지
→ http://www.lexus.com/minority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