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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3] - 영등위 유수열 위원 인터뷰
2002-08-02

˝기준이 뭐냐고? 국민의 상식적인 시각이다˝

-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회의에서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등급 결정을 내렸는데.

=회의를 하면서, 위원들 대부분 작품의 의도에는 공감한 것 같다. 나이 칠십 먹은 노인들이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도 생활이 있고, 목표가 있고, 또 그걸 섹스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도 새로운 이슈를 제기한다는 측면에서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오럴섹스 장면에서 성기가 나오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18세 관람가를 받아 극장에서 상영됐을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 성인 비디오도 성기노출 장면을 금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도 상영을 허락할 수 있나? 개인적으로 제한관람가 등급 의견을 낸 것은 이불 속에서 한다든지 어떻게든 상징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 굳이 그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다. 회의석상에서는 그 전에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는 장면도 논란거리가 됐다.

-18세 등급가를 줘도 무리없다는 쪽의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 특히 제한상영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제한상영등급 결정을 내리기까진 좀더 충분한 의견 수렴절차 등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토론은 격렬했고, 또 충분했다. 심의위원들은 모두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래서 국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았고. 표결에 앞서 그들 각각의 의견을 들었고, 이후 절차에 따라 표결을 행했을 뿐이다.

-18세 관람가와 제한상영가 등급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등급위가 제시한 규정은 애매모호한데.

=실제 규정에는 달랑 세줄밖에 없다. 거기엔 성교장면은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게 나와 있지도 않다. 개인적으로 등급분류에 있어 창작의 자유와 감독의 독창성을 보장하되, 상식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공익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버릴 수는 없고,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2기 위원회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1기 위원회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있다.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등급 결정도 결과적으로 등급보류 조치와 다를 바 없지 않나.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결과의 책임을 등급위에 모두 전가하지 말라. 1기 위원들은 대단히 엄격했다. 동성애를 다룬 <비포 나잇 폴스>라는 영화는 3년 전에 수입됐지만, 지금껏 상영되지 못하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15세 등급이 나왔다. 2기 위원회가 들어선 뒤 이런 작품만 해도 5∼6편은 될 거다. 모든 게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다. 성기노출 장면에도 4명이나 18세 등급가를 주장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의 조짐이다.

-성기노출된 특정 장면을 문제삼는 것은 등급위가 여전히 편협한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의 장면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검증된 적도 없지 않나.

=포르노가 아닌 극영화의 경우, 미국에서도 직접적으로 오럴섹스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상을 전문가로서 보는 것과 일반 관객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 국민 일반의 의견을 대표하는 등급위원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경우는 상식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위원회 위원들의 연령이 너무 높아 시대변화에 둔감한 것 아닌가.

=신문기사만 보면, 우리 위원회에 무슨 텁텁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지만 실제로 아니다. 그들이 나이가 많아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여서 업무를 맡게 된 거다. 나도 한때 영화를 지망했고, 오랫동안 방송계에서 일해오면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왔다. 세계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변화하게 마련이다. 윗세대들이 보기에, 또 우리 나이에서 보기에 그들의 행동이나 사고가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격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충분히 수용하는 편이라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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