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계절마다 발간하는 <독립영화>라는 잡지가 있다. 이 잡지의 창간호에 <샴 하드 로맨스>와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로 유명한 김정구 감독의 인터뷰가 있는데, 조금만 소개할까 한다.
“질문1: ‘독립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개인적 생각은 독립영화가 한국영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한국영화의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 독립영화라
생각한다.
질문2: 제작상 자본의 부족으로 생기는 작품의 내적인 한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충무로가 오히려 더 그렇다. 하지만 단편영화는 그보다 덜하다.”
질문1의 답은 표면적으로는 웅장하지만 요원한 과제인 반면 질문2의 답은 맞는 말이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8월2일, 새벽 1시10분)에서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공무원과 경찰에 시달리다 죽은 편의점 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납득할 수 없는 일들>(감독 한승룡, 베타,
15분, 2002)은 대안으로서는 요원한 현실을 보여주는 한편 능숙한 연출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한 포로가 죽음을 눈앞에 둔
채 지내는 생활을 조명과 촬영 그리고 꼼꼼한 콘티로, 놀랍도록 정교하게 뽑아낸 <비명>(감독 백의정, 16mm, 컬러, 15분, 2000)
역시 독립영화다운 발언이나 단편영화만의 매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독립영화가 아니라 단편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 속의 단편은 독립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역설적이지만, 충무로가 단편은 몰라봐도 독립은 알기 때문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