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czak 1990년 감독 안제이 바이다 출연 보즈시에크 프쇼니아크, 에바 달코브스카 장르 드라마 (베네딕도 미디어: 02-2279-7429) “다른 이와 명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척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사람들은 카드놀이나 여자를 좋아하기도 해요. 경마에 빠지는 사람도 있죠. 저는 애들을 사랑합니다. 그건 결코 희생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일이거든요. 제가 원해서 해요. 겉으로 드러난 희생을 믿지 마십시오. 사람을 현혹시키는 가식적인 것이니까요.”
닥터 코르작은 1930년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고아원을 경영했던 저명한 의사이며 작가다.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고아원을 게토 안으로 옮겼을 때에도 코르작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은신처와 여권을 마련해주며 피신하라는 부탁도 모두 뿌리치고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그러면서도 ‘희생’이 아니라고 단언했던 남자. 폴란드의 거장 안제이 바이다는 닥터 코르작의 가장 험난했던 시기를 ‘철의 사나이’답게 강인한 시선으로, 담담한 흑백화면으로 그려낸다.
코르작은 희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맞다. 즐겁지 않은 희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자기기만이고, 위선이다. 그도 역시 힘들다. 밤이 되면 술을 마시며 기도하기도 하고,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피곤을 달래기도 한다. 누구도 덜어줄 수 없는 고통은,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그를 즐겁게 하는 존재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한다. 명분도, 원칙도 필요없다. 독일군 앞에서 폴란드 군복을 당당하게 입고, 절대로 유대인 완장을 차지 않는 코르작이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한 제자는 코르작을 게토 지역의 부자들이 모이는 술집에 데리고 가서 모금을 한다. 마침 ‘유대인투쟁연합’이 난입하여 총을 쏘고 달아난다. 코르작이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힐난한다. 그러자 코르작은 “나는 자네들을 이해하네. 자네들도 나를 이해해주게. 난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악마도 찾아갈 거야”라고 말한다.
사실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이야기는 좀 지겹다. 나 역시 그렇다. 고통받은 과거를, 다시 팔레스타인에게 돌려주는 유대인은 가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 코르작>만은 반드시 봐야 한다. <올리비에 올리비에>와 <비밀의 화원>의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시나리오를 쓰고, 빔 벤더스와 짐 자무시의 파트너였던 로비 뮬러가 촬영을 맡은 <닥터 코르작>은 ‘살다’를 넘어서 ‘살아간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슴아프게 보여준다. <닥터 코르작>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의심의 여지없는 걸작이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