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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
2002-07-18

영리한 DVD일세

The Others 2001년,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출시사 SRE

무작정 영화가 좋았던 어린(?) 시절에는 ‘보고 싶은 영화’=‘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이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요즘에 받는다면 바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검증된 감독이 만든 영화’.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는 배우들이 아니라 감독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어느 날부터 이해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감독의 숨길 수 없는 그런 영향력이 DVD에서는 더욱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떤 감독의 작품이었냐에 따라 수록된 영화 자체는 물론 DVD의 노른자위격에 해당하는 서플먼트의 완성도도 결정되는 연쇄반응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감독의 성향과 능력을 고스란히 빼닮은 DVD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출시된 <디 아더스> DVD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극적인 반전의 맛을 확실히 알고 있는 아메나바르 감독의 DVD라면, 분명히 뭔가 멋지게 튀는 요소가 하나는 있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플먼트에 담긴 두개의 코너가 나의 이런 기대치를 완벽하게 만족시켜버렸다.

첫 번째는 ‘Xeroderma Pigmentosum’이라는, 발음조차 불가능한 제목의 코너. ‘저런 희귀한 병이 있다니…. 혹시 드라큘라 백작도 저 병에서 생겨난 희생자가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게 했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희귀병에 대해 다룬 코너다. 무엇보다 ‘당신에게 이 병을 알려주마’ 스타일로 밋밋한 정보만 열심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희귀병에 걸린 소녀와 그 가족 그리고 관계자들을 등장시켜 상상조차 어려운 삶을 생생하게 알려준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그래서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여운은 상당히 오래오래 남는다.

두 번째는 ‘Visual Effects Piece’ 코너.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하게 ‘특수효과에 관한 제작 다큐멘터리겠지. 관련 스탭들의 얼굴도 나오려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블루스크린을 뒤에 두고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화면, CG로 만들어낸 배경화면 등 4종류의 분리화면들을 동시에 보여줌으로 해서, 어떻게 최종적인 화면이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내용. 예상은 했지만 설마 했을 정도로 정밀하게 작업된 CG 안개를 비롯해, 다양한 특수효과 기법들이 영화의 아주 평범한 장면에서조차 엄청나게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영리한 감독의 철저한 기획에 놀아나는 셈일 수도 있지만, <디 아더스> DVD는 정말 오랜만에 예상 수치를 뛰어넘는 서플먼트들을 보는 재미가 대단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