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개개인의 노동력과 가치관을 통제하기 위해서 고안한 일부일처제 결혼제도는 현실적으로는 영원한 사랑과 절대적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결혼이란 단지 가정이란 기초단위 사회의 탄생을 위한 두 개인의 소멸이다. 그럼으로 해서 자아를 삭제해야 하는 고통과 함께 억압과 착취와 자아기만적 삶을 영위하도록 유도하는 완벽한 프로그램이다. 결혼이란 사랑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당신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애정행각에 대해서 얼마나 너그러울 수 있는가. 사람들이 사랑을 하게 되면 그 기쁨과 행복을 정당하게 누리기 위해서 결혼식을 해야 한다. 결혼식이란 다름 아닌 “신랑(신부) 아무개는 신부(신랑) 아무개를 ‘평생토록’ 사랑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예”라고 맹세하고 구청에 가서 새로 주민등록을 하는 일이다. 그리고는 개인의 자기 만족을 위한 꿈과 취향과 욕망과 시공간적 자유와 변수로 가득한 미래는 모두 종결되고 대신 가정(사회)을 튼실하게 경영하기 위한 헌신과 노력만이 미덕으로 남겨진다. 행복은 가정화목순이다. 가화만사성!
동전의 양면이 행복과 불행이듯이 결혼도 그러하다. 결혼을 못해서 고통스러운 사람, 결혼을 했다가 이혼당한 사람, 결혼을 했지만 사랑이 식어서 고통스러운 사람, 증오심만 남은 부부지만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사람, 결혼했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사람, 사랑하지만 결혼할 수 없는 사람, 사랑하지 않지만 결혼해야 하는 사람…. 하지만 사람들은 결혼과 관련한 이 수많은 불행들을 보면서도 결혼제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시도하기보다는 ‘남부럽지 않은 성공적 결혼’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더더욱 노력할 뿐이다. 작전성공!
한편, 현대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한 경제구조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남녀관계를 통제하지 않아도 사회구조가 위협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는 케케묵은 결혼제도는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다. 개인의 행복을 보호하는 새로운 규칙들이 필요하다. 정말 백년해로하고 싶은 이 백년해로하고, 사랑이 존재하는 동안만 함께 살고픈 이 그렇게 하고, 가정은 싫지만 2세는 원하는 이, 동성끼리 사랑하는 이, 다수를 사랑하는 이, 저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하며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인간이 진정 사회적 동물이라면 거기에 맞는 제도들을 만들 것이다. 진정한 ‘사회’란 모두가 획일적인 가치관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다양성이 평등하게 인정되는 것이리라. 근본적으로 그 어떤 절대권력자도 사랑과 행복을 통제할 권력은 가질 수 없다. 그 어떤 사회집단도 획일적인 사랑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두고보자. 고단수의 결속력을 가진 선진 사회집단부터 현재의 이 억지춘향식 결혼제도를 부숴나갈 것이다.김형태/ 화가·황신혜밴드 리더 http://hshban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