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일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영화센터의 현재와 다음을 묻다-서울 영화·영상 정책의 공공성과 향후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2025년 11월 개관 이후 영화계의 반발과 보이콧이 이어져온 서울영화센터를 두고 서울시 담당자와 영화계가 공개적인 논의를 나누는 자리였다. 영화인연대와 서울시의회 이상훈, 박유진 의원이 함께 마련한 토론회는 서울영화센터의 정책적 역할과 향후 운영 방향을 살피고, 서울시 영화 정책의 변화와 쟁점에 대한 영화계의 의견을 나누기 위해 개최됐다. 2건의 발제는 김태진 서울시 K컬처전략과 과장과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가 맡았다. 김조광수 영화제정책모임 대표의 진행 아래 김상민 에무시네마 대표,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주희 아트나인 이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전문성과 역사성을 존중하는공간이 되도록
기조 발언으로 참여한 이명세 감독은 2011년 4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추진위원장으로 정책 포럼에 참석한 기억을 꺼냈다. 이어 뉴욕과 파리에 있는 시네마테크를 예로 들며 “시네마테크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애호가들이 모여 교감하는 만남의 장소”임을 피력했다. 이명세 감독은 “서울영화센터가 당초 취지와 달리 영화산업 지원센터의 성격이 강해졌다”라고 말하며, “서울시가 공간과 시설을 마련하되 실제 운영에서는 영화계가 축적해온 전문성과 역사성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영화센터의 정책적 역할과 향후 운영 방향’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발제에서는 연결의 중요성이 주요하게 언급됐다. 김태진 과장은 서울시네마테크의 첫 논의 이후 개관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점을 지적했다. “그사이 영화산업과 관람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서울영화센터의 정책적 역할 확장의 요인이라 밝혔다. 이어 “서울영화센터의 전환은 시네마테크의 기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의 대체라기보다는 정책 기능의 확장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라고 설명한 후 영화산업 거점, 신진·예비 영화인 성장 거점, 상설 영상문화 거점, 충무로 지역 거점 등 서울영화센터의 네 가지 역할을 제시하며 이를 위한 개선 방향을 밝혔다.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가 ‘서울시네마테크에서 서울영화센터로-서울시 영화 정책의 변화와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는 2006년 첫 논의 시점부터 2025년 개관까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무엇이 어떻게 변경되었는지 짚었다. 2019년 한국영화학회가 네 가지 운영 모델을 비교했고, 민간에 축적된 역량을 계승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는데 논의의 주체가 2023년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자문회의로 옮겨감에 따라 서울경제진흥원 위탁과 상영관 단기 용역으로 운영 방식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참여 주체의 의견과 2019년의 연구 용역 결과가 이어지지 못했고, 시민사회와 영화계의 참여 구조가 단절됐다.”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의 주요 비판점은 현 서울영화센터의 단기 용역 계약 방식이었다. 1년 안팎의 단기 계약으로는 장기적인 기획을 유지하기 어렵고, 프로그래머와 아키비스트의 전문성을 축적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문화적 목표보다 계약상 업무 수행이 우선시되면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성과 위주의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활동을 하기 쉽지 않다.” 방안으로는 파리의 룩소르 극장 매입과 로마의 시네마 트로이시 민간 장기 임대 사례를 들며 장기 위탁과 장기 임대라는 두 가지 모델을 제시했고 서울시에 ▲ 필름 아카이브·시민 열람실·연구 공간의 복원 ▲ 운영 구조·예산·의사결정의 공개 ▲ 약속했던 공론장의 즉각 개최를 요구했다. 끝으로 “산업에서 문화로의 전환, 분산되어 있는 영화 지원 체제의 통합, 다양성 지원”이 정책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해야
지정 토론은 김조광수 대표의 진행 아래 영화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오갔다. 김상민 대표는 시네마테크를 도서관에 비유하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서울영화센터는 민간의 역할을 대체하기보다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해 신규 관객을 개발하고, 그것이 민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승환 관장은 “영화산업이 어려워졌다는 사실과 서울시네마테크의 정책적 성격을 영화산업의 거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 큰 접점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 재편, 제도 개선, 비즈니스 지원 강화 등 여러 선택지 가운데 왜 서울시네마테크의 성격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주희 이사는 “장기적인 프로그램 계획이 불가능한 민간 운영사는 개봉 신작을 걸어 관객을 채우는 손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며 “문화시설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프로그램의 축적”이라고 말하며 “11월에 있을 단기 용역 재입찰을 멈추고 장기 위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김태진 과장은 상영관 운영 용역의 경우 지방재정법 해석상 3년 다년 계약이 가능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관련 부서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상영관과 서울영화센터의 구조적 역할 분담에 있어서는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2023년 서울시의 정책 변경 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영화산업이 위축되면서 산업 지원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영화계 일부에서도 마케팅 등 다른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참여자들과 다른 분야의 인사들로 자문위원회가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건립위원회 참여자들에게 정책 변경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에는 유감을 표했다. 서울경제진흥원이 운영을 맡은 배경은 “공공성과 초기 사업의 안정성, 다른 콘텐츠사업 지원과의 연계성”을 들었고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는 오히려 2023년의 정책 변경이 작금의 불안정성을 야기했다고 반박했다. 김상민 대표는 현 운영 구조에서는 프로그램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워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재호 이사장은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야말로 영화인연대의 서울영화센터 보이콧의 주요 이유였다”라며 “오늘 마련된 공론장이 지속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태진 과장은 향후 다양한 분야의 영화인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객석에서는 상영관과 전시, 프로그램 기획 등이 각각의 용역으로 나뉘는 운영 방식이 공간 전체의 통일성을 흐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박유진 의원은 영화계 관계자와 서울시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자, 서울시의회가 참여하는 3자 구조의 정기적인 간담회와 토론을 의회가 주도하고 그 결과를 시민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