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집 비디오데크 안에는 신프로인 <복수는 나의 것>이 일주일째 가둬져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일주일간 찔끔찔끔 나누어보다가 결국 어젯밤 끝장을 보고야 말았다. 그간 독촉전화가 한번도 오지 않은 것에 마음이 편안할 뿐이다. 사실 전화야 수차례 했겠지만, 어쩌다 빠진 전화선에 모두들 무관심하게 반응했기에 한동안 전화벨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우리집이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 여운을 남기며 아쉽게 작별할 만한 이웃이 있으면 좋으련만, 모두들 나를 앞서 떠나버린 지 오래다.
따라서, 그렇다. 비디오를 가지고 이대로 토껴버릴까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미 일주일이 지난 터라 빨리 갖다줘야겠다는 부담을 포기한 지도 오래고, 지금 갖다준다고 해봤자 몇천원대에 이르는 찝찝한 뒤처리를 감당해야 한다. 사실 이런 유혹은 비디오에 대한 욕심이나 이 기회에 한탕 해보겠다는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단지 또! 연체료를 내고 아르바이트생의 눈치를 보는 것이 ‘쪽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나의 이 개념없는 파렴치한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날 일이란 걸 알고 있다. 이사를 갈 때 가더라도, 그간 모아두기만 하고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 수십장에 이르는 스티커들을 한번이라도 써봐야 할 것 아닌가. 비굴하지만 또 한번 반납기의 도움을 얻어 반납을 하고 마지막 찬스를 노려보는 수밖에. 머릿속에서는 복수는 나의 것이지만 그놈의 미련 때문에 비디오는 영원히 내 것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