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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인간 되려면 멀었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SBS)에서 강시열(로몬)이 은호(김혜윤)에게 한 말이다.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는 인간을 조롱할 때 쓰는 이 말은 구미호 은호에게 아무런 타격감이 없다. 애초에 은호는 인간이 될 생각이 없으니까. 구미호로서 우정을 나눈 언니 금호(이시우)가 인간이 된 후 불행하게 살다 죽는 걸 지켜본 은호는 결심한다. 인간이 되지 않겠노라고. 그 후 은호는 착한 일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하지 않으며 ‘덕’ 대신 ‘돈’을 쌓고, 인간 세계의 재미를 누리되 ‘생로병사’는 피하며 살아간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구미호라는 고전적 설정을 뒤집어 구미호 서사의 인간 중심주의를 해체한다. 인간은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 믿지만 그건 인간의 희망사항일 뿐 아닐까? 은호에게 인간이란 “아무 능력도 없고, 늙고 병들고 결국 죽어버리는 시시한 존재”다. 동시에 “구미호로 사는 건 게임할 때 ‘현질’하는 거랑 비슷해. 고생 없이 재밌는 것만 딱 즐기는 거지”라는 칠성신 파군성군(주진모)의 말처럼, 성실한 과정은 생략한 채 도파민만 수확하려는 은호의 삶은 편의와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는 우리 시대의 얼굴을 표상한다. 어쩌면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인간의 ‘근자감’에 뼈를 때려 자기 객관화를 돕는 드라마가 아닐까? 그렇게 불멸의 삶을 고생 없이 즐기던 은호는 시열을 살리려다 인간이 되어 시시하고도 유한한 현실의 복판에 던져진다. 은호에게는 ‘강등’인 이 삶이 역설적으로 ‘인간됨’의 의미를 되묻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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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가 통과한 시대상을 재현하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 요소. 그중 1970년대 동네 사람들과 은호가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을 함께 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구미호’는 10회 넘게 반복된 한국 드라마의 인기 캐릭터이자 신인 여성배우가 명성을 얻을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가짜’ 구미호를 ‘진짜’ 구미호가 보며 비판하는 드라마라니. 유쾌한 전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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