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드보이 박찬욱>
넷플릭스 2부작 | 연출 백시원, 서이제, 박소정, 이준수, 서수빈 출연 박찬욱, 손예진, 이영애 | 공개 10월8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우리의 삶을 시나브로 바꿔준 창작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당신은 어떤 뒷모습을 갖고 있나요?” <뉴-올 드보이 박찬욱>은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볼 수 없는 뒷모습.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어쩔수가없다>를 시작으로 박찬욱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경유하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그의 뒷모습을 이야기한다. 이 뒷모습이란 배우나 제작진처럼 그와 대면할 수 있는 이들의 목격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과 함께 나이 들고 성장하고 깨우친 관객들. 그들이 알고 있는 정갈한 뒷모습까지 다큐멘터리의 증거로서 뭉클하게 활용된다. 그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배우들의 재치 넘치는 뒷담화나 그의 실패를 추억하는 동료 제작자, 동료 감독의 이야기는 실소를 터뜨리게 하면서도 비밀담의 주인공이 평소 지녀온 온기를 느끼게 한다. <뉴-올드보이 박찬욱>은 단순히 유명 감독을 찬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박찬욱의 궤적을 좇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영화의 오랜 역사를 정리한다. 결국 한국영화사의 굵직한 발자취를 만들어온 이였기에 가능한 맥락이다. 창작자로서 박찬욱은 집요하고 통제적이다. 코믹스나 다름없다는 그의 풀 스토리보드는 집단 작업에 의존해야 하는 영화제작에 명확한 청사진을 공유하는 허브가 되었다. 미술, 음악, 촬영, 편집 등 많은 팀이 하나의 공통된 그림을 겨냥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한 것이다. 이토록 촘촘한 기틀이 있었기에 새로운 촬영과 앵글, 이색적인 스토리와 낯선 프로덕션을 시도할 수 있었다. 영토를 탄탄히 다진 뒤에야 세계관을 건설하는, 제 안에 심지 굳은 규칙이 존재하는 예술가를 보고 나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명사들의 마지막 한마디: 제인 구달 박사>
넷플릭스 | 감독 이반 더딘스키 출연 제인 구달, 브래드 팔척 | 공개 10월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죽음이 그녀와 우리의 세계를 연결 짓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2025년 10월1일,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많은 수식어 가운데 구달이 걸어온 길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은 단연 ‘침팬지의 어머니’일 것이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연결성을 몸소 깨달은 그녀는 평생을 공생의 가치에 헌신해왔다. <명사들의 마지막 한마디: 제인 구달 박사>는 당사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공개한다는 약속 아래 제작된 넷플릭스의 장기 인터뷰 프로젝트다. 문화적 아이콘이자 동시대를 함께 살아낸 인간으로서 제인 구달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인간의 욕망으로 얼룩진 세계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던 제인 구달.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남긴 위대한 침팬지의 어머니는 지구 행성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제 우리가 그녀가 남긴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태풍상사>
티빙, 넷플릭스 17부작 | 연출 이나정 출연 이준호, 김민하, 성동일, 김민석, 김상호 | 공개 10월1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IMF의 기억 속에서 피어난 장미
압구정 일대를 주름잡는 오렌지족 태풍(준호). 아버지의 꾸지람은 귓등으로 듣지만 실은 꽃을 가꾸고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마음씨를 지녔다.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남몰래 수목원 사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 태풍은 회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광경을 목도한다. 1997년, 대한민국을 덮친 IMF 한파의 서막이었다. 경제위기 속에서 태풍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 회사를 지켜내기로 결심한다. 이준호와 김민하 주연의 <태풍상사>는 90년대 말 한국 사회의 풍경을 뉴트로 감성으로 되살린다. 아날로그 소품의 활용만큼이나 그 시절 특유의 말투와 정서를 재현한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한량이었던 주인공이 위기를 계기로 성장하는 서사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사연을 국가의 운명과 교차한 연출은 잊고 있던 집단적 감각을 환기하며 세대를 잇는 정서적 연대를 불러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