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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폐광 마을 웅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을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노름과 술에 빠졌고, 돈이 없으면 화풀이로 아내와 자식을 때렸다. 이웃도, 공권력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 바로 그즈음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아들을 사랑한 20대 기혼 여성 정이신(고현정). 첫 범행 대상은 남편이었다. 자신뿐 아니라 아들을 때리는 남편으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한 우발적인 살인이었다. 첫 살인 이후 이신은 아내와 아이를 폭행하는 5명의 남자를 잔혹하게 죽인다. 마치 정의를 실현하듯. 그는 왜 연쇄살인을 저지른 걸까?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사마귀 사건’을 만든 것일까? 드라마는 이유는 알려주지만 그 이유에 이신의 광기를 가두지는 않는다. “정말 이게 내 문제인 거야?” 자신을 경멸하는 아들을 보며 묻는 이신의 질문이 그런 시선을 잘 보여준다. ‘사마귀’가 수컷의 머리를 먹고 자신을 성찰하지 않듯 이신도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그의 범행을 모방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이신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현장에 있었던 아이. 그 아이는 반사회적 성향에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 그런 그에게 이신은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늘 바라던 걸 이루어준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신과 모방범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명백히 가해자다. 드라마가 끝내 지키고자 했던 것은 “그들은 왜 가해자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주면서도, 가해자의 서사에 무게를 두지 않는 뜨겁고도 냉정한 균형 감각이었다.

check point

6화에서 수사망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형사 김나희(이엘)가 트랜스 여성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역할은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인 박에디씨가 맡았다. 드라마에서 (공식적으로) 성소수자 역할을 성소수자가 연기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조현병’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한계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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