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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8호 [인터뷰] 신이 동물을 바라보듯이 , <휴먼 리소스> 나와폰 탐롱라따나릿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5-09-24

태국 방콕의 대기업 인사과에서 일하는 프렌은 어느 날 임신 소식을 알게 된다. 사람이 인적 자원으로 사회의 부품처럼 사용되는 광경을 매일 접하는 프렌에게, 새 생명의 탄생은 고민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겉보기엔 꽤 좋은 집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것 같지만, 나와폰 탐롱라따나릿 감독은 “태국 사회에선 이러한 중산층 계급 역시 심적으로 큰 부담을 지닌 채 산다고 여겨진다.”라고 설명했다. 조금만 실수하거나 멈춰도 빈곤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가장 강하게 시달리기 때문이다. 겨울에 갑자기 내리는 비, 일방통행을 무시하고 자꾸만 도로를 막아서는 사람들, 즉 프렌은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세계의 불가해에,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없겠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지닌 인물이다. 프렌이 지닌 마음의 공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몇몇 장면은 그가 창문 너머로 바깥 세계를 바라볼 때다. 고층 건물의 창문을 청소하는 노동자들,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비칠 때 “프렌의 시선은 마치 신이 바라보는 시점처럼 부감으로 변하고, 인간들은 그저 개체로 존재하는 몇 마리의 동물처럼 보이게 된다.” 이는 결국 프렌에게 “나는 이 세상에서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강하게 추동한다. 영화는 프렌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대신 감독은 “마치 우리가 영상으로 야생 동물들을 관찰할 때처럼 ‘이 동물(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는 의문을 관객의 머릿속에 부르고 싶었다.”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도 인간의 총체적 비극을 세세히 관찰하게 만드는 나와폰 탐롱라따나릿 감독의 다음 작품은 과연 얼마나 더 서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