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FF Daily > 30회(2025) > 2025 부산국제영화제
BIFF #8호 [인터뷰] 그녀가 음미한 삶의 다른 국면, <암린의 부엌> 타니슈타 차테르지 감독
남선우 사진 백종헌 2025-09-24

서기,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로라하는 여성 배우들의 연출 데뷔작을 여럿 호명했다. 2019년 <방랑의 로마>로 먼저 그 부름을 받은 타니슈타 차테르지는 사실 메가폰을 잡을 계획이 전혀 없었다. “동료 남성 배우에게 재밌는 아이디어를 들려줬는데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로 만들어보라는 격려를 들었다. 그의 진심 어린 응원에 힘입어 상상도 못 해본 도전을 했다.” 뒤이어 탄생한 두 번째 장편이자 올해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암린의 부엌>도 한 여자가 주변의 영향으로 알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다. “집안에서 가사 노동만 할 뿐 자기 자신을 위해 즐거운 일은 하지 않는 주부”이자 인도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암린(키르티 쿨하리)은 부유한 비건 부부의 집에 요리사로 취직하면서 인생의 다른 국면을 맞는다. 차테르지 감독은 친구의 집에서 열리는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비슷한 광경을 본 후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암린이 아보카도를 낯설어하거나 애호박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라 하는 모습은 모두 실제 상황에서 따온 것이다.” 암린이 생경하게 여기는 것은 식재료나 조리법만이 아니다. 그는 부부의 일상을 엿보며 다른 옷차림부터 다른 결혼 생활까지 꿈꿔본다. 그 환상이 펼쳐질 때, 영화는 “본 아페티(Bon Appétit)”라 노래한다. “이 영화를 위해 제작한 삽입곡이다. ‘반 접시밖에 못 먹었어도 배부르다고 말해야 한다’는, 내 경험을 반영한 가사도 썼다. 무엇보다 이 곡이 흐르는 동안 암린이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때 암린은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제대로 맛보자고.”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