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감독 허진호 자막 없음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0, DTS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스타맥스
워낙에 ‘음향’과 ‘영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작품인지라, 오히려 <봄날은 간다>의 DVD에 대한 관심은 반감되어 있던 상태였다. 특별하게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어떤 장면에서 어떤 스타일이 어떤 감도로 펼쳐질지가 너무나도 뻔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대적인 홍보에서 미리 알 수 있었듯이 O.S.T까지 포함해 세장의 디스크가 들어가 있다면 서플먼트의 양적인 면에서도 짐작이 가는데다가, 최근의 추세에 따라 대략 어떤 방식의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을지도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보게 된 <봄날은 간다> DVD는 그렇게 무덤덤한 내 마음을 미리 꿰뚫어보고 열심히 궁리라도 한 양, 전반적인 구성이 내 기대 수준을 모두 조금씩 웃돌았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각각의 메뉴화면을 수놓으며 흩날리는 부드러운 ‘그것’들이다. 영화에서 느껴질 수 있는 아스라-하고 작-고 따스-한 분위기를 조용히 흩날리는 눈송이나 꽃잎 등으로 너무나 잘 표현해버린 것. 눈과 귀를 살살 간지럽히는 그 부드러운 느낌을 따라 하나둘씩 메뉴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참 뒤에야 잘 짜여진 전략에 무언가 홀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식 웃어버리게 된다.
한편 서플먼트 하나하나도 어떻게든 다른 타이틀들과 차별화를 이루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서 베어 나온다. 감독의 코멘터리는 본편 영화가 아닌 ‘Making Film’ 코너의 장면에 맞춰 흘러나오고, ‘뮤직비디오’ 코너는 똑같은 노래라도 그 영상을 가수중심버전, 출연배우중심 버전으로 보여주는 데다가 더 나아가서는 ‘감독 포토갤러리 버전’까지도 갖춰놓고 있을 정도. 이런 자잘한 변화는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음향과 영상도 멋지게 활용했다. 영화를 보면서 ‘진짜 좋다… 저기가 도대체 강원도 어디쯤이야?’라고 궁금해하게 되는 장소들을 친절하게 지도까지 그려가며 알려주는 ‘Sound Trip’ 코너가 바로 그것. 물론 영화 속 그 장면을 바로 삽입해 다시 한번 자랑하는 것도 절대 빠뜨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치밀하고도 귀여운 전략에는 할말이 없을 뿐이다. 영화는 물론, DVD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따사롭고도 추억 같은 그 이미지에 기분이 좋아지며 화면을 응시할 수밖에.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