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 거장 ‘폴 드리센의 세계’
지난해 알렉산더 페트로프에 이어 올해 안시가 오마주를 바친 거장은 네덜란드의 폴 드리센. ‘폴 드리센의 세계’란 제목으로 마련된 회고전과 함께, 폴 드리센의 다큐멘터리 <폴 드리센의 인사이드 아웃> 상영회 및 <폴 드리센> 출판기념 사인회가 열렸다. 홀란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안시페스티벌이 공동주최한 이 이벤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그의 첫 저서 <폴 드리센>의 출판이다. 1999년 그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했던 이 프로젝트는 3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이 책은 폴 드리센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그림과 더불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구성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제작에 참여했던 홀란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디렉터 게벤 쉐머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도 이 책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화폭이 펼쳐지는 한켠, 살르 몽블랑에서는 6월5일부터 3일간 애니메이션 산업의 주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5개의 다양한 주제 아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장편애니메이션의 증가,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 등 제작 현황 및 기술적인 내용과 함께, 특히 급변하는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인터넷애니메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플래시애니메이션,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CD롬, PDA, DVD 등 오프라인을 통해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접근법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축제란 이런 것이다
실사 영화제와 달리 스타가 없는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감독과 관객이 서로 어색하지가 않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봉리유센터 내 메인 상영관에서 그날의 상영작을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관객 사이에 유명 감독도 함께 줄을 서 있고, 상영관 안 곳곳에서 그들을 만나는 게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뮤턴트 에일리언>의 감독 빌 플림턴과 자연스런 눈인사를 나눌 수도, <몬스터 주식회사>의 감독 피트 닥터와 잠시 이야기를 건넬 수도 있는 분위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안시페스티벌의 매력일 것이다.상영 시작 전의 극장 안은 얼핏 보면 소란스럽고 어지럽지만, 스크린 앞의 무대까지 종이비행기를 날려 안착시키는 전통이라든가 한편 한편 상영이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관객의 박수나 야유, 영화 상영과는 별도로 자그마한 도시 곳곳에서 연일 펼쳐지는 이벤트와 거리 공연 등 애니메이션 관계자와 관객과 시민들이 자연스레 “축제”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안시페스티벌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루프 섹스>, <해밀턴 매트리스>, <바위돌>
항상 새로운 무대연출로 폐막식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을 선사하는 안시페스티벌은 이번에도 관객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우편배달부로 가장한 아트디렉터의 능청스런 연기나, 수상자들을 위한 달콤한 솜사탕과 시원한 맥주, 수상식 내내 울려퍼지는 아코디언 연주는 폐막식 분위기를 한껏 살리기에 충분했다. 이런 모든 점들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매년 6월이면 이 자그마한 휴양도시인 안시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축제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