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role Officer 2001년, 감독 존 듀이건 출연 스티브 쿠건, 레나 헤디, 스티븐 딜레인, 옴 푸리, 스티븐 워딩턴 장르 코미디 (유니버설)
<경찰, 은행을 털다>를 만든 존 듀이건은 70년대 중반 호주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끌던 감독의 하나다. 영국에서 태어나 61년 호주로 이주한 존 듀이건은 1974년 저예산영화 으로 데뷔한 뒤 젊은이들의 고통과 방황을 그린 , 등을 만들며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문제를 충실하게 그려내는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대표작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낭만적인 사춘기를 그려낸 연작 와 . 89년 존 듀이건은 할리우드로 가서, 엘살바도르의 독재정권에 살해된 신부의 일대기를 담은 <로메로>를 만들기도 했다. 90년대 들어서는 1840년의 자메이카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카리브해의 정사>, 30년대 호주의 완고한 성직자 부부가 자유분방한 화가의 집에 머물면서 개안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휴 그랜트의 사이렌스>, 노예제도하의 흑인들의 고통을 그린 <어거스트 킹>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경찰, 은행을 털다>는 전작들과는 다른 길로 접어든, 엉뚱한 대사와 부적절한 상황들로 웃기는 영국식 코미디다. 보호감찰관 사이먼은 지나치게 전과자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고 맨체스터로 직장을 옮긴다. 술집에 놀러갔던 사이먼은 우연히 부패 경찰관이 살인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신고를 하지만, 살인을 한 경찰이 담당을 맡는 바람에 그냥 돌아서 나온다. 현장에 지갑을 떨어뜨리고 온 사이먼이 결백을 입증할 방법은 범행 현장을 담은 CCTV의 녹화 테이프뿐이다. 테이프가 은행 대여금고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사이먼은, 그가 교화시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세 남자를 끌어들여 은행을 털기로 한다. 하지만 세 남자의 ‘전과’는 은행털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중혼이나 사기 등등.
별다른 액션도 없고, 좌충우돌이 심한 편도 아니라 약간 심심하긴 하지만 <경찰, 은행을 털다>는 인도 출신의 옴 푸리를 비롯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배우들의 호연과 원숙한 연출이 맞물리며 원활하게 움직인다. 사이먼을 연기한 코미디언 스티브 쿠건은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피터 셀러즈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 배우. <경찰, 은행을 털다>는 영국 코미디 특유의 재치와 능글거림 그리고 요즘 유행인 배설물을 이용한 엽기코미디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며 가벼운 볼거리를 제공한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