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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age]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
김소미 2024-11-22

현기증을 느꼈다. 궁정 드레스를 입은 이자벨 위페르의 실루엣이 15분 동안 미동 없이 서서 쏟아내는 맹렬한 독백, 빛으로 공간을 조형하는 로버트 윌슨의 건축적 조명이 협공해 눈앞의 광경을 잠시 초현실로 변모시킨 탓이었다.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는 죽음을 앞둔 밤에 메리 스튜어트(이자벨 위페르)가 남기는 편지이자 실존의 서커스라 할 만하다. 태어난 지 6일 만에 스코틀랜드 여왕이 되었다가 5살 때 프랑스로 도망쳤고, 세명의 남편을 잃었으며, 마침내 44살의 나이에 처형된 여자. 그 격렬한 생애를 다시 쓴 극작가 대릴 핑크니는 네명의 메리를 호출해 불가피한 역사와 광란의 춤을 춘 여인의 내적 분열을 탐색한다. 강렬한 시적 텍스트를 자랑하지만 정수는 제의적 형식주의를 극대화한 로버트 윌슨의 연출에 있다. 배우의 동작을 양식화하고 순간의 정지나 격변을 통해 리듬을 만드는 연출가의 손끝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연극적 시간성의 재감각이다. 하룻밤이 영원처럼 길어진 사이, 안개 낀 스코틀랜드의 날씨를 머금고 있던 무대는 마리오네트처럼 춤추거나 옆구리를 활처럼 꺾어 몸서리치는 이자벨 위페르를 향해 종종 급격한 색채와 스포트라이트를 쏘아댄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고아한 음악까지 어우러져 완성된 이 전위극은 분명 모두를 위해 설계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을 압도하는 장악력, 객석의 날카로운 집중을 요구하는 형식의 전염성을 반박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시아 초연인 이번 한국 공연은 프랑스어로 진행, 무대 위와 양옆에 자막이 제공되었다. 평생 오해받았고 여성혐오의 희생자였으며, 그 자신도 무수한 기만을 자처해 16세기 유럽 정치만큼 복잡한 삶을 살아온 한 인간에의 추체험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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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성남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