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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인터뷰] 공포를 창작으로 승화하다, <바늘을 든 소녀> 마그너스 본 혼 감독
박수용 사진 박종덕 2024-10-08

“자식을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공포였다.” <바늘을 든 소녀>의 바탕이 된 덴마크의 연쇄살인범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마그너스 본 혼 감독이 보인 반응이다. 그는 이 공포를 “창작으로 승화”해 내기로 했다. 임신중절에 실패하고 사생아를 낳은 가난한 여인 카롤리네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다그마르의 악행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악에 짓눌리던 사람들이 곧 악의 표정을 짓게 되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다.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인 여성 신체의 자기결 정권도 중요한 문제였다.” “멜로드라마로 시작해 호러로 나아가는” 구성을 계획했던 마그너스 본 혼 감독은 “무언가 잘못됨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는” 카롤리네의 다그마르를 향한 이끌림을 “악마와의 거래”로 설명한다. “카롤리네는 기댈 곳과 지낼 곳이 간절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 대가 또한 치러야 한다.” 실제로 그는 <바늘을 든 소녀> 를 “백마 탄 왕자님과의 신분 상승을 꿈꾸다 실패하고 사탕 가게의 마녀에게 홀리는” 잔혹 동화로 비유하기도 했다. “제목도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지은 것인데, 한국어로도 잘 전해졌을지는 모르겠다.(웃음)”

스웨덴에서 태어나 폴란드에서 살아가는 마그너스 본 혼 감독은 한 세기 전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 삼은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을 오직 폴란드에서만 촬영했다. “지리적 고증은 부차적인 요소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우울한 도시라는 상황적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우선과제였 다.” 연출에 대한 그의 자신감과 과감성은 주어진 프로덕션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실천력과 독창성으로 이어졌다. 일례로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결정은 “흑백사진으로만 전해지는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방식”이자 “제작 비용을 아끼는” 묘수였다. 심지어 영화 중반의 공중 숏에 담긴 빽빽한 건물 지붕은 로케이션이나 풀 CG 대신 미니어처 모형을 제작해 촬영했다. 한편 세 인물의 절망적인 표정이 중첩되고 왜곡되는 첫 시퀀스는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중간에는 뤼미에르 형제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직접 오마주한 숏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고전 영화의 스타일까지 참조하는 과감함. 가히 야심이 낳은 강렬한 체험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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