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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프리뷰] 유니버설 랭귀지 Universal Language
최현수 2024-10-07

매튜 랭킨 / 캐나다 / 2024년 / 89분 / 월드시네마 10.08 C1 19:30 / 10.09 C4 20:00

<유니버설 랭귀지>는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도시 위니펙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영화 속 인물들의 모국어는 페르시아어다. 캐나다 대표 프랜차이즈 카페 팀홀튼은 각설탕과 처이를 내주고, 브라운관 속 우스꽝스러운 광고는 시간이 80년대에서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가이 매딘이 <나의 위니펙>에서 “몽유병 환자들이 곱절은 많은 지루한 도시”라고 평한 위니펙은 매튜 랭킨의 손을 거쳐 80년대 테헤란의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폭설과 추위가 가득한 도시에서 이란 뉴웨이브 영화의 정취를 느끼게 만드는 요소는 언어와 풍습만이 아니다. 칠면조에게 안경을 뺏긴 아이, 그 아이를 위해 얼음 속에 갇힌 돈을 꺼내려는 친구들, 공직 생활을 관두고 어머니를 보러 고향에 온 남자까지. <유니버설 랭귀지>의 블랙 코미디적인 인물들에게서 어딘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 속 순박한 사람들을 엿볼 수 있다. 자칫 기표로 증발할 수도 있는 위니펙은 도처에 배치된 역사적 맥락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한다. 몬티파이튼식 부조리극을 비틀어 20세기 캐나다를 반추했던 전작 <20세기 최고의 수상>의 야심을 한층 더 정교한 필치로 세공한 매튜 랭킨의 감각이 돋보인다.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관객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