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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프리뷰] 루루 헨드라 감독, '생존자의 땅'
김철홍(평론가) 2024-10-04

<생존자의 땅>Tale of the Land

루루 헨드라 /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카타르 / 2024년 / 99분

10.04 B3 16:00 / 10.05 C3 10:00 / 10.09 C7 10:00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보르네오 섬의 바다 위에 한 수상가옥이 위태롭게 떠 있다. 그곳엔 다약 원주민인 마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마이는 허름한 집이 머지않아 가라앉을까봐 걱정이다. 그들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이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 때문이다. 마이는 땅을 밟으면 반드시 기절한다. 할아버지는 이것이 땅의 저주라며 육지로의 이사를 완강히 거부하지만, 마이는 자꾸만 땅에 끌린다. 그리고 자신을 이 상황에 부닺치게 한 조상들과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루루 헨드라 감독의 <생존자의 땅>은 대부분 물 위에서 진행되는 영화이지만 신기하게도 보는 내내 땅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인물들의 전사를 명확히 설명하기보다는 그들의 현재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꿈의 이미지들과 마이가 보이는 비과학적인 증상, 거기에 보르네오 섬의 이국적인 풍경이 곁들여져 영화의 신비로운 면모가 부각 된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인물들이 처해 있는 극한적인 상황과 거기에 벗어나려는 순박한 주인공의 발버둥이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터전을 잃고 있을전 세계의 원주민들을 위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