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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졸업
오수경 2024-06-28

“대치동 학원강사들의 미드나이트 로맨스”라지만 로맨스는 ‘미끼’일 뿐. tvN 드라마 <졸업>은 ‘대치동’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뼈아프게 드러내는가 하면 이해관계와 진정성이 얽힌 관계를 긴장감 있게 묘사한다. 물론 ‘사제지간’이었던 이들의 로맨스도 적절하게 흩뿌렸다. 특히 서혜진(려원)과 이준호(위하준)의 연애 사실이 까발려진 14회는 이 드라마의 백미다. 두 사람의 연애는 다른 사람의 위기로 기회를 잡으려는 이들에 의해 추문이 된다. 이 상황은 드라마가 그간 강조한 ‘문학적 상상력과 공감’의 필요성을 그 어떤 장면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 셈이다. 즉, “지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케 하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지 못한 사회는 자극적 소문에 쉽게 휘둘린다. 인간과 사회를 두텁게 이해하게 하는 근본인 ‘문학’을 그저 명문대 진학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이들이 가득한 세계는 납작하고 협소할 수밖에 없다. <졸업>은 그게 ‘인간다운’ 삶이냐고, 그런 사회여도 괜찮겠냐고 ‘문학’에 빗대어 질문하는 드라마다. 물론 희망은 있다. 자신의 삶과 직업에 성실한 혜진, 혜진을 만나 성장하는 준호, 참된 교육을 향한 소신을 가진 표상섭(김송일), 실리보다는 의리를 추구하는 남청미(소주연) 등을 통해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대를 망가뜨려서라도 각자도생하는 게 ‘정답’이며 ‘능력’이라 믿는 이들 반대편에는 조심스럽게 성찰하고 성장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엉망인데 그나마 유지되는 이유는 서로를 연민하며 더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성실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졸업>은 알려준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요약본’으로 보지 말고 ‘정독’하길 권한다.

CHECK POINT

‘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인 안판석 감독 작품답게 10분가량 이어지는 학원 수업 장면이나 각 인물들의 ‘롱테이크’ 대화를 지루할 틈도 없이 숨죽이며 몰입하게 만들었다. 물론 감독만의 성취는 아닐 것이다. ‘작.감.배’뿐 아니라 O.S.T까지 성실하게 제 몫을 한 결과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한 박경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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