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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 오브 뉴욕> 20분 시사기
2002-06-14

비열한 거리 위의 지옥도

<갱스 오브 뉴욕>은 길지 않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혼탁하고 어지러운 시절이었던 19세기 초반의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초기 이민자들이 평화로운 공존을 거부한 채 갈등하고 다투고 죽고 죽이는 사이,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그 와중에 아일랜드계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1860년대까지, 그 자체로 드라마틱했던 격변의 시대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두르고 있다.

이야기는 당시 뉴욕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초기 이민자의 사악한 리더, 그에게 아버지를 잃고 오랜 세월 복수를 꿈꾼 아일랜드 소년, 그리고 그들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바람 같은 여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도살자 빌’로 통하는 빌(대니얼 데이 루이스)은 미국에 정착한 초기 이민세대로서, 과격한 이민반대주의자다. 밀려드는 이민자들을 무단침입자로 규정한 빌과 그의 패거리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발론 신부(리암 니슨)와 그의 추종자들을 살해한다. 발론 신부의 어린 아들 암스테르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현장을 목격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암스테르담은 빌 패거리에 접근해 빌의 신임을 얻기에 이른다. 그러나 한때 빌의 연인이었던 제니(카메론 디아즈)를 사랑하게 되면서, 복수를 향한 여정에 잠시 먹구름이 끼기도 한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고 폭동을 주도하는 등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는 일에 두려움 없이 매진한다.

<갱스 오브 뉴욕>의 20분 버전은 이 방대한 서사극의 흥미로운 ‘맛보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로마 치네치타 스튜디오에 세웠다는 세트는 19세기 초반의 뉴욕을 고스란히 불러내온 듯 보였고, 도입부에 선보인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이민반대주의자들의 유혈 격돌장면의 스펙터클은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자칫 상투적으로 비칠 수 있는 캐릭터들에 유니크한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은 배우들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우수에 찬 소년에서 강인한 영웅의 면모를 아우르며, 카메론 디아즈는 남자들을 이용해 생존과 부활을 꿈꾸는 팜므파탈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들의 앙상블보다 훨씬 눈길을 잡아끈 건, 악마로 환생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다. 그는 때때로 스코시즈의 오랜 동지이자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를 연상시키곤 했으며, 시사 당시 언론의 찬사를 한몸에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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