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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슈빌의 비디오가게는‥‥
2002-06-12

비디오카페

미국 내슈빌에 있는 친구는 곧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리워할 것들 중의 하나로 동네 비디오가게 ‘비디오 컬처’를 꼽았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오래된 명작 비디오 코너를 지나면 아주 세심히 분류되어 있는 컬트 비디오 코너가 나타난다. 물론 그전에 칠판에 색분필로 써놓은 신작 비디오 목록을 확인하는 게 좋다. <여대생 파티 전격공개> 등의 에로코너를 지나면 시트콤이나 유명 코미디언의 쇼 등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을 비디오들이 쭉 진열되어 있고 옆방엔 외국영화, 일본만화를 포함한 애니메이션들, 콘서트 비디오, 그리곤 또 한번 야한 영화 시리즈가 나타난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안쪽 방의 ‘유명감독별 진열’과 ‘크리스마스 섹션’인데, 연도별로 차근차근 정리된 비디오들을 지나칠 때면 약간의 감동마저 느껴진다나?

DVD뿐 아니라 DVD 플레이어까지 싼값에 빌려주는 그곳은 체인점도 아니고 넓지도 않은 작은 공간이다. 주인은 깜장 꼬불머리와 꼬불 수염이 덥수룩한 30대 후반 아저씨 한명과 그의 아버지인지 동업자인지 모를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회색머리를 질끈 묶은 채 손님들을 도수 높은 안경 사이로 올려다보는 또 한명의 아저씨. 지저분한 첫인상과는 달리 정말로 영화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나누기 위해 가게를 꾸민 것 같은 세심한 정리 때문에, 친구는 이제 그곳에 붙어 있는 악마그림들과 데스메탈 사진들, 진열되어 있는 드라큘라 틀니 그리고 심지어 가게 곳곳에서 풍기는 썩은 양말냄새까지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단다. 킁킁킁!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