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Sky2001년, 감독 카메론 크로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파라마운트
주변에서 아무리 <오픈 유어 아이즈>의 평범한 복사판이라고 욕해도, <바닐라 스카이>가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라는 사견을 굽힐 생각은 없다. 물론 수십개의 뫼비우스 띠가 동시에 회전하고 있는 듯한 <오픈 유어 아이즈>의 난해한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고, 할리우드 자본냄새도 너무 강하게 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 큰 시간차를 두지 않고 국내에 출시된 두 영화의 DVD에서 그 점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DVD 타이틀 자체만 놓고 생각해보면 <오픈 유어 아이즈>에 비해 오히려 <바닐라 스카이>가 더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 차이의 시작은 <오픈 유어 아이즈>의 국내 출시 DVD가 비현실을 상징하는 그 옥상의 ‘파란 하늘’ 장면을 마음껏 감상하기에는 떨어지는 화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바닐라 스카이> DVD는 같은(혹은 자본력으로 재무장한) 장면에서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빠져들 만큼 초현실적인 느낌을 맛보게 해준다. 정확히 말해 그 문제의 옥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수직으로 상승하는 고속 엘리베이터 안에서, 톰 크루즈에게 보여지는 ‘바닐라 스카이’다운 파란 하늘색이 압권인 것. 이 뛰어난 색감은 영화 전반에 걸쳐 밝은 거리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어두운 감옥의 실내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어주면서, 시종일관 감각을 자극하는 효과를 톡톡히 해낸다.
이와 동시에 <바닐라 스카이> DVD는 난해한 영화에 걸맞은 친절한 서플먼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는 암시와 기시감과 음모론 때문에 아주 복잡하게 얽힌 것 같은 장면들의 경우,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그 실마리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이다. 촬영 상황이나 기술적인 부분 혹은 배우의 감정상태를 알려주는 데 그치는 대다수의 경우에 비해 상당히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셈. 또한 영화의 이 난해함이 영화관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주는 일부 장면도 매우 재미있다. 제작 다큐멘터리격인 ‘Prelude to a Dream’(서플먼트 코너의 제목마저 난해하다니!)에서 보여지는 스탭들의 말과 행동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카메론 크로 감독을 향해 소리없이, 혹은 노골적으로 “이 장면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라든가 “시키는 대로 준비는 했는데…”라고 푸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아주 즐거워질 정도.
이 밖에 할리우드 자본력이 아니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바닐라 스카이> 팀의 전세계 시사회 여행을 기록한 ‘Hitting it hard’ 코너도 규모나 기획이나 스타파워면에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준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