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Moonstruck

감독 노먼 주이슨

출연 셰어

<EBS> 6월15일(토) 밤 10시

‘달’은 변덕스럽다. 모양은 매일 바뀌고, 때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많은 전설과 민담, 그리고 동화에서 달은 불안정함과 마력, 차가움을 상징했다. 게다가 사랑의 비유로도 곧잘 인용되곤 한다. <문스트럭>은 기묘한 영화다. 장르를 거칠게 분류하거나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읽는 것은 영화를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여기서 달은 전적으로 낭만의 대상이자 마법의 원천이다. 사람들은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기이한 열병을 앓는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급속하게 호감을 느끼고 상대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던진다. 사랑의 시작이다.

<문스트럭>에서 로레타 역의 셰어의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할 만하다. 로레타는 조니에게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조니가 제대로 프로포즈할 줄 아는 남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시실리로 떠나고, 로레타는 조니의 동생 로니를 만나 오랫동안 앙숙처럼 지낸 둘 사이를 화해시키려 한다. 로니와 로레타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다.

<문스트럭>은 매력있는 앙상블 코미디다. 로니라는 남자는 짐승 같다. 형과 곧 결혼할 여자를 만나 그에 대한 저주를 퍼붓고, 여자에게 첫키스를 한 뒤 바로 침대로 옮긴다. 둘은 푸치니의 오페라를 보면서 값비싼 데이트를 즐긴다. 영화의 대사는 감칠맛 난다. 오페라를 보기 위해 간만에 맘껏 치장한 로레타 앞에서 로니는 “고맙다”는 말을 연발한다. 빵가게에서 험한 육체노동을 하는 그에겐 최상의 언어선택이 아닐는지. 비슷한 상황은 다른 인물에게 전염된다. 젊지 않은 나이에 로맨스에 빠져드는 여러 커플을 보여주면서 <문스트럭>은 따스한 로맨틱코미디로 자리매김한다. 재미있는 건 영화에서 달이라는 자연물이 연인들과 교감하는 과정이다. 어느 평자는 이를 잉마르 베리만의 마법적 텍스트인 <한여름밤의 미소>와 비교하면서 재치있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노먼 주이슨 감독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화려한 패배자>와 <지붕위의 바이올린>, 그리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다양한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이 공감할 만한 작업을 꾸준하게 해온 것이 노먼 주이슨의 연출 스타일. <문스트럭>에서 감독은 이탈리안계 미국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허공의 달을 보면서 “아름다워!”를 연발하고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길 꺼리지 않는다. 요컨대 쾌락에 민감하다. 전형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문스트럭>에서 주이슨 감독은 미국적 가족드라마에 안착한다. “나 자신의 감상적 속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감독의 이야기엔, 과장이나 거짓이 섞여 있지 않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