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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기적의 형제’

포기가 안되는 꿈을 붙들고 보답 없는 노력에 매달리는 작가 지망생 육동주(정우)의 동력은 미련일까 희망일까? 둘을 분간할 수 있다면 인생이 한결 쉽겠지만 알 수 있는 건 그저 미련은 뒤를 향하고 희망은 앞을 향한다는 방향성뿐. 그 사이에서 지칠 대로 지친 동주는 읽고 쓰는 데 이골이 난 사람답게 온갖 인용을 동원한 자기방어로 간신히 버티던 중이고 어느 천둥, 번개 치던 밤, 차에 뛰어든 기묘한 소년 이강산(배현성)과 만나며 JTBC 드라마 <기적의 형제>는 시작한다.

실종된 형 하늘(오만석)을 찾던 1995년에서 2023년으로 타임슬립하며 기억을 잃은 강산의 임시 보호자가 된 동주는 강산이 메고 있던 하늘의 배낭에 들어 있던 소설 원고 ‘신이 죽었다’의 결말을 가필해 출판하고 단번에 스타 작가가 된다. 원고를 도둑질한 사실을 감추고 제법 강산을 염려하는 형 노릇을 하는 동주가 파렴치하다 싶지만 김지우 작가, 박찬홍 감독 콤비는 지난 작품에서 반복해 말해왔다. 사람은 실수와 잘못을 하고 “중요한 건 그다음”이라고. 훔친 날개로 날아오른 동주가 밀랍이 녹아내리는 진실로 다가가 추락을 결심하면서 이야기는 ‘신이 죽었다’에 기록된 27년 전 ‘소평호수 노숙자 살인사건’과 얽힌 관계를 드러낸다.

은폐와 조작으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고 피해자들이 서로의 방관자가 되는 비극의 진상에 다가설수록 강산은 자신이 왜 하필 27년 후의 미래에 도착했는지, 과거로 갔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는지 생각하면서 낙담한다. “이미 벌어진 일은 막을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야. 오늘이 내일의 과거가 되기 전에 (중략) 우리 이제부터 하면 돼.” 당장을 모면하는 변명을 늘어놓던 동주가 자신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받아들이며 비로소 그의 말은 무게와 방향을 더하고 강산을 단단히 지지하는 형제로 마주서게 된다.

CHECK POINT

<아름다운 세상>

잘 짜인 미스터리를 흔히 ‘퍼즐 같다’ 하고, 김지우 작가, 박찬홍 감독 콤비의 특장 역시 정교한 구조와 치밀한 복선에 있었다. 그리고 최근작 <아름다운 세상>과 <기적의 형제>에서 감탄한 ‘퍼즐다움’은 어느 한 피스도 다른 조각에 비해 중요도가 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서사를 진행하는 인물들은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선명한 명분을 지닌 이들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주변인들, 기다리고 또 방관했던 인물들이 진실의 조각을 찾고, 기각되었던 증명을 끈질기고 성실하게 관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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