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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TEO 테오’의 ‘살롱드립’

장도연이 진행하는 웹 예능 <살롱드립>은 조금 묘한 프로그램이다. “상스럽지만 예의 있는, 무례하지만 친절한, 차-분하게 마시는 귀-족같은 시간”을 표방한 사교모임이라는 컨셉에 따라 세트를 티룸처럼 꾸미고 장도연에게 우아한 의상을 입혔지만, 이처럼 ‘보이는’ 지점은 정작 재미와 무관하다. 오히려 출연자들이 “여기 컨셉이 뭐냐”라고 물으며 어색해하는 바람에 20분 안팎의 러닝타임만 아깝게 흘러갈 뿐이다. 모처럼 공유를 초대해놓고 이미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를 묻거나 16년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대사를 들려달라 요청한 첫회의 어수선함에 “좀더 과감해도 될 것 같다”라고 한 공유의 조언은 적절했다. 중요한 건 컨셉이 아니라 어떤 대화를 끌어내고 무엇으로 재미를 주느냐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농담의 난이도는 높고, 질문의 수준은 낮다”라는 장도연의 농담은 <살롱드립>의 강점과 약점을 요약한다. 낯을 가리면서도 번뜩이는 장난기를 가진 장도연의 재능은 출연자를 놀릴 때 가장 빛난다. “항간에 이런 소문이 떠돌던데…”라며 방금 지어낸 이야기를 태연히 늘어놓고, 혼잣말인 척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사람을 치진 않겠지?”라며 무방비 상태의 상대를 웃기는 식이다. 몇달 전 ‘술방’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희철이 “술 먹고 생방송에서 상스럽게 욕하는 거, 정말 경멸하는 부류다”라고 자폭할 때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한 다음에 다시 한번 말씀해보세요”라고 상냥하게 권유하던 장도연은, 그가 자신에 관한 미담을 늘어놓으려 하자 일부러 크게 하품하며 “아아아아 루즈해~”라고 구박함으로써 토크가 뻔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만든다. 그러니 “귀-족같은”이나 “시벨롬들”처럼 신선하지 않은 말장난을 반복하기보다 좀더 과감해지면 어떨까. 어차피 <살롱드립>이 <문명특급>이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CHECK POINT

<살롱드립> 첫 시즌 마지막 회에는 유튜브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의 남자’로 떠오른 이동욱이 출연했다. 과거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서 장도연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어깨 근육이 파열되어 앉아 있기 힘든 컨디션으로도 녹화 내내 “장도연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장도연이 제시하는 온갖 상황극과 <나는 솔로> 동반 출연 제안 등에 덤덤하면서도 물 흐르듯 대처하는 이동욱의 콤비 플레이는 확실히 일회성으로 끝내기엔 아까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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