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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아씨 두리안’

단씨 집안 백도이 회장(최명길)이 줄기세포 시술로 되찾은 아름다움을 뽐내던 칠순 파티날. 25년 세월 내내 냉랭하던 큰며느리 장세미(윤해영)가 여자로서 어머님을 사랑한다 고백한 그 밤. 수백년을 뛰어넘은 두 여인이 단씨네 별장에 당도한다. 조선시대 양반 마님 두리안(박주미)과 며느리 김소저(이다연)는 급사했던 아들이자 남편을 미래 세상에서 재회하고 단등명(유정후)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자 단씨 집안에 붙어살 결심을 한다. 낯선 먹거리에 감탄하는 며느리 소저가 천진한 시간 여행자라면, 얄궂게 꼬인 전생을 아는 주인공 두리안의 심경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TV조선 <아씨 두리안>의 시간 여행은 족보의 재구성으로 인해 전생 아들의 현생 엄마가 전생의 시어머니를 사랑하여 거치적거리는 남편을 주인공에게 떠넘길 궁리를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으니, 이것이 피비(Phoebe, 임성한)월드인가!전생을 믿고 빙의를 종종 일어나는 일로 수용하는 임성한 작가의 인물들, 단씨 집안 사람들은 현대로 떨어진 조선 여인들도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

다른 세계간의 충돌은 조선과 현대의 족보 사이에 그리고 극의 안과 바깥 사이에 있다. 머리 풀고 소복 입은 두 여인이 부잣집 거실을 돌아다니는 TV 속 기묘한 광경에 얼이 빠져 있는데, 그 여인들이 전원이 꺼진 평면 TV의 시커먼 화면을 가리켜 ‘섬뜩하다’고 할 때. 혹은 TV로 드라마를 처음 보고 미래 세계에선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며 언동을 삼가는 조선 고부의 세계 인식은 드라마 안팎에 긴장을 만든다.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는 전후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신들을 붙이는 선형의 충돌이 잦았다면, 이번엔 드라마 속 드라마, TV라는 매체로 자기 세계를 인용하며 여러 겹의 낯섦을 빚는다. 임성한이란 필명에 또 한번 더해진 피비라는 필명처럼.

CHECK POINT

백도이는 어째서 25년간 눈 밖에 나는 며느리로 살았는지 따져 묻고, 장세미는 해명한다. “어머님이 미워하시면 정 떨어질까 하구요.” 장 라신의 희곡 <페드르>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의붓아들 이폴리트를 국외로 추방한 아테네 왕비 페드르는 남편이 사라지자 감춰왔던 사랑을 털어놓는다. 페드르는 이폴리트에게 말한다. “나는 왕자님의 미움을 사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내가 사는 곳에 그대가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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