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측면에서 보면,(이번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대부분의 영화들이 보여주고 있는 형식적인 새로움을 미학적인 입장과 비교해봤을 때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는, 그 소재를 충실히 따르는 방식이나 명백한 해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주변적인 듯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대체적 경향은 내면에 숨겨진 중요한 사안들을 감추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 영화들은 바로 이해되거나 보여주는 것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취화선>은 19세기 후반 한국의 역사적 격변기를 겪어낸 비범한 한 인물의 일대기다. 오원은 진보세력과 그 당시의 봉건주의 수구파간의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의 격변기의 증인이었다. 감독 자신의 초상화일까?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 중심부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임 감독의 작품세계에는 각 개인들의 존재를, 그들을 감싸고 초월하는 하나의 중심부로 재위치시키는 하나의 방식이 늘 존재한다고 보여진다.
그의 신작에서 주인공은 큰 모순의 중심부에 있다. 역사적 맥락과 관련된 그의 천재성은 그를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로 만든다. 어떻게 해서 그는 민족적인 예술가이면서도 동시에 모든 진정한 예술작품들이 가지는 독창성을 담보할 수 있었을까? 오원은 자신이 속한 유파의 인정을 받으면서 역사, 사회적 틀에 속하고자 하는 의지와 창조적 개별성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 사이에서 분열을 겪는다. 그의 새로운 영화가 겨냥하는 것은 미술, 더 정확하게는 현실의 형태와 색을 고정시키고 변동시키는 방식에 있다. 이 영화의 충격적인 조형적 아름다움은, 감독이 영화주인공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드러낸다. 빛, 질감, 그리고 전통의상의 색상들을 의미있게 조합하는 것이 이 영화의 소재를 이루는데, 이 영화는 연출상의 정확함 덕분에 심지어는 매혹적인 추상의 경지에 이른다. 이것은 항상 감독의 의도에 충실한 촬영감독 정일성의 덕이기도 하다.
색정광인 오원의 묘사를 통해서 이 영화는 임권택의 예술의 핵심에 맞닿아 있다. 실제로 성적인 에너지가 주인공이 벌이는 행위의 추진력이다. 화가의 붓질에 의해 솟아나는 형태들은 리비도의 폭발과 명백하게 연계된다. 주인공과 기생간의 열정적이지만 중단되는 정사 이후에 몇 방울의 정액을 보여주는 순간적이고 은밀한 장면은 직설적으로 이런 측면을 강조한다. 바로 그것이 임권택 영화의 독특하고 진실된 주제다.
장 프랑스와 로제, <르몽드> 2002년 5월27일치 기사 중에서
▶ 임권택을 바라보는 다섯개의 시선
▶ 미셸 프로동의 특별기고
▶ <르몽드> 장 프랑수아 로제
▶ <리베라시옹> 필립 아주리
▶ 샤를 테송의 <춘향뎐>론
▶ 데이빗 제임스의 ‘임권택: 한국 영화와 불교’
▶ 사토 다다오의 ‘한국 영화와 임권택’
▶ 임권택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