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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평단의 임권택 읽기]임권택 감독 인터뷰
2002-06-07

“이제, 홀가분해졌다”

-현지의 반응은 어땠나.

폐막식 뒤 열린 폐막 만찬 자리에서 우리 테이블에 심사위원 중 네명이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정신이 없어서 기억을 못하는데, 그중 한명은 “칸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직 그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심사위원장이었던 데이비드 린치는 날더러 완벽주의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 고마운 말들이다.

-단상 위에 올랐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뭐 그렇다기보다는 뭣인가 받았다는 거지. 그런 것을 기대하고 살았는데, 실제로 받았다는 생각에 홀가분하다는 정도지 뛸 듯이 기쁘거나 이렇지는 않았다. 좋은 영화제에서 상 탔으면 하는 것이 오래 전에는 내 개인의 욕망 같은 것이었다. 시간이 쌓이다보니 나에 대한 기대가 쌓여갔다. 결국 내 개인이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주변의 성과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커져 멍에를 쓴 게 돼버렸다. 특히 이번 <취화선> 같은 경우는 다른 분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이 있었다. 그림, 서예, 의상, 공예, 차 문화, 도예까지 그 시대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도움받았다. 그런 분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겨우 그들의 여망에 부응했다는 홀가분함, 그런 게 가장 컸다.

-수상소감에서 “이 상은 한국뿐 아니라 남북한을 통틀어 우리 민족에게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한국인의 문화적 개성, 우리 한국인의 삶, 그 속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해왔다. 아마도 그런 문화를 담아먹고 산 점에서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지난해 북한에 갔을 때 <축제>를 그렇게 봤다고 하더라.

-칸에 가기 전, 차기작에 대한 구상을 약간이나마 전해 들었다.

사실, 해방 이후의 도심 공간을 배경으로 한 어떤 영화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결과 때문에 이후 어떤 작품을 할지는 알 수 없게 됐다. 일단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을 확실히 점검한 뒤에야 차기작 구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흥행결과도 보고, 내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이 실제로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는지, 되다 말았는지, 이런저런 것을 점검해야 한다.

-오랫동안 바라던 상을 받았다. 이젠 뭔가 달라질 것 같은가.

뭐가 달라지냐 하면, 그동안 뭣인가 만들면 영화제에 내보내야 했다. 이제 상을 타야겠다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니까 자유로워질 것 같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가능하니 작품도 좋아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한다. (웃음)

글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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