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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국가수사본부'

‘형사 발란데르’ 시리즈로 유명한 스웨덴 소설가 헨닝 망켈은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은 참을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에 등장하는 한 형사도 비슷한 말을 한다. “형사 일은 기다림의 미학이에요.” 수사는 지루한 노동이다.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남의 집 냉장고를 뒤지고 눈이 빠지도록 증거물과 사진을 들여다보고 야산을 돌아다니고 하수구를 들여다보고 수많은 밤을 거리와 자동차 안에서 범인을 기다린다. 형사의 많은 일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력 사건이나 장기 미제 사건 너머에 있다. 고작 만원어치 물건을 빼앗으려 칼을 꺼냈던 남자 한명을 잡기 위해 한밤중에 스무명의 형사가 출동한다.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 가장 무섭기 때문이다. CCTV가 설치된 주민 집에 갑자기 수사본부를 차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배가 고파 범행을 저질렀다는 편의점 강도에게 사발면을 끓여주는 것도 전부 형사의 일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배정훈 PD는, 한 경찰의 “왜 우리가 잘못한 것만 찾아다니냐”는 질문에서 출발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OTT 특성상 27분짜리 에피소드 하나부터 총 77분짜리 2부작까지 유연한 편성이 가능해지면서 주제는 오히려 더 다양해졌고 “격투 끝에 검거는 최하수, 추격 끝에 검거는 하수, 전화로 오게 하는 게 상수”와 같은 현장의 언어가 생동감을 더한다. 경주, 강릉, 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일하는 형사들은 지역 상황에 따른 범죄 특성을 전문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자신의 관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지난한 수사에 따른 긴장과 범죄자를 대하는 피로 사이 이들은 무엇으로 살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직원들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딱, 그 맛에 형사 하는 거죠.” 그 많은 범죄 수사물 속 회식 장면이 늘 비슷했던 이유를 이제는 이해하겠다.

CHECK POINT

“합창단 내지 오케스트라”, 수원 남부경찰서 강력2팀이 등장하는 5화에서 한 형사는 수사팀의 관계를 이렇게 비유한다. 며칠 밤을 차 안에서 잠복하다 잠시 나와 허기를 때우던 형사들은 하필 그 순간 지나가는 피의자의 차를 발견하곤 정신없이 추격한다. 피의자를 무사히 검거한 뒤 후일담에 등장하는 것은 이때 간발의 차로 덩그러니 길에 남겨졌던 ‘막내’ 형사의 헛웃음, 이처럼 아이러니를 잘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의 결은 한층 더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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