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Boy2001년, 감독 존 싱글턴출연 타이레스, 타라지 P. 헨슨, 빙 레임스, 스누프 도기 도그, 오마 구딩 장르 드라마 (콜럼비아)
2000년 ‘흑인’ 액션영화 <샤프트>를 만들었던 존 싱글턴의 데뷔작은 충격적인 <보이즈 앤 후드>(1991)였다. <보이즈 앤 후드>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지 작품성 때문이 아니다. <보이즈 앤 후드>를 보고 나오던 흑인 10대들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찼고, 사방에 총질을 했다. <보이즈 앤 후드>가 폭력을 옹호하거나 부추겼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비참한 현실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포에틱 저스티스> <하이어 러닝> <로즈우드> 등 존 싱글턴의 영화는 언제나 흑인의 ‘현실’을 그려냈다. <샤프트>로 ‘메이저’영화에 진입했던 존 싱글턴은 지난해 직접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베이비 보이>를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흑인 남성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모르는 미성숙 인격체’라는 주장이 있다. 애인이나 아내를 ‘맘’이라고 부르고, 친한 친구를 ‘보이즈’라고 부르고, 집을 ‘요람’(crib)이라고 부르는 것이 하나의 증거다. <베이비 보이>는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성장을 거부하는 ‘미성숙 인격체’인 흑인 남성의 일상을 보여준다. LA에 살고 있는 20살의 조디는 이벳과 피너트, 두 여인에게서 낳은 아이가 하나씩 있지만 누구와도 동거하지 않는다. 겨우 36살인 어머니의 집에 얹혀 살아간다. 감옥에도 한번 다녀온 조디는 직업도 없이, 같은 처지인 친구 스위트피와 함께 하루하루를 소일한다. 조디의 형은 어머니가 애인을 사귀자 집을 나갔다가, 거리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 어머니가 새로운 애인 멜빈과 사귀고 연일 집으로 데려오자 조디는 질투심을 느끼는 한편 자신도 거리에서 죽어갈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조디는 이벳을 사랑한다. 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것은 두렵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을 회피한다. 어머니의 애인을 시기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그러면서 조디는 거리에서 죽어갈 자신, 흑인 남자들의 일반적인 미래를 예감한다. 계속 멜빈에게 시비를 걸다가 두들겨맞아 쫓겨나고, 이벳의 전 애인 로드니가 출감하여 이벳의 집에 머무르고, 심지어 동네 10대에게 몰매를 맞는 등 조디는 연속된 시련에 부닥친다. 그 시련을 통과하고 극복한 뒤에야, 조디는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낸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가게 된다. 흑인의 현실과 미래는 결코 평화롭거나 안정된 것이 아니다. 그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 총질이나 섹스를 한다고 누구나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베이비 보이>는 잘 보여준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