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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Apple TV+ ‘리에종’의 배우 겸 프로듀서 뱅상 카셀 인터뷰
안현진(LA 통신원) 2023-02-28

긴장의 끈을 잡고

Apple TV+ 새 오리지널 시리즈 <리에종>은 뱅상 카셀, 에바 그린 등이 출연하는 스파이 스릴러로, ‘두 집단간의 연락망’, 그리고 ‘남녀 사이의 간통’을 의미하는 프랑스 단어(liasion)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영국의 정부 요원인 앨리슨(에바 그린)과 프랑스의 사설 첩보기관 요원 가브리엘(뱅상 카셀)은 한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연인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헤어진 이들은 이제 테러 공격으로부터 각자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기존 스파이 스릴러와 달리 사뭇 느린 속도로 6부작을 전개하는 <리에종>은 스피디한 액션보다는 인간관계의 타이트한 긴장감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서사를 이어나간다. 정보 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과 환경문제, 자연재해 등을 테러의 타깃으로 정해 시의성을 명중시켰고, 피터 멀런, 제랄드 랑뱅, 이렌 자코브 등 유명 프랑스 배우들의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리에종>의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나선 뱅상 카셀을 만나 첨예하고 섬세한 스릴러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 <리에종>에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 프랑스 배우로 해외 관객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Apple TV+와 함께하면 전세계인이 <리에종>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도 여러 나라의 기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나. (웃음) 세계적인 플랫폼을 통해 프랑스다운 스파이 스릴러를 보여주고 싶었다.

-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80여편이 넘는 영화에 함께했다. 이 정도의 이력을 가진 배우는 어떻게 출연작을 고르는지 궁금하다.

= 뚜렷한 이유 없이 작품의 느낌이 좋을 때가 있다. 본능적인 반응이다. 불현듯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거절하는 편이다. 일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선 휴식이 중요하다. 내겐 일보다 가족과 친구들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에종>을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 그렇게 <삼총사>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 더 미들 킹덤> <리에종>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공백기가 꽤 길었던 만큼 쉬지 않고 1년 동안 세 작품을 촬영했다. 각 작품의 매력과 특징이 전부 달라서 더 좋았다.

- 배우 에바 그린과 멋진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어떻게 캐릭터를 함께 구축해갔나.

= 이전부터 에바와 함께 일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에바가 <리에종>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곧바로 하겠다고 했다. 내가 그를 궁금해했던 것처럼 에바도 나를 궁금해했다더라. 사실 그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

- <리에종>은 현대인의 기술 의존 현상을 다룬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이 지점에 개인적으로 동의하는지.

= 그렇다. 나는 애플 초창기부터 애플 컴퓨터를 구매할 만큼 새로운 기술과 기기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휴대폰을 잃어버릴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잘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정한 휴식을 할 수 있으니까. (웃음) 기술은 인간의 삶에 여러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자유를 선사하지만, 이에 대한 규칙을 스스로 정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기술에 잠식되고 말지도 모른다.

- 오래전 한 인터뷰에서 작품이 끝나면 삭발하고 휴가를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도 그 루틴을 따르는지.

= <리에종>을 마치고 삭발을 했다. 그런데 작품이 끝나서 한 건 아니고 <삼총사>에서 가발을 쓰고 수염을 붙여야 했기 때문에 했다. 삭발하고 잘 차려입고 휴가를 떠나는 것도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면 지루해지면 안된다. 배우가 지루함을 느끼면 관객도 똑같이 지루해진다. 안타깝지만 나는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편이다. 일을 오래 하다보니 연기하는 감각이 둔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촬영장에 있을 때는 일부러 연기에만 집중하고 촬영장을 벗어나서는 많은 일을 하려 한다.

- <리에종>이 분출시키는 아드레날린은 상당하다. 좋은 스릴러는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나.

= 긴장이 필요하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순간, 그 감각의 끈을 잡고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리에종>은 사랑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긴장이 있다. 성적인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괴로움에서 비롯한 긴장감 등 다양한 유형의 텐션을 마주할 수 있다.

- 세상엔 무수히 많은 음모론이 존재한다. <리에종>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 솔직히 말하면 모든 음모론에서 비롯한 걱정과 불안을 순진하게 믿기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가 남긴 현대적 교훈이 있지 않나.

- 에바 그린뿐 아니라 이렌 자코브 등 훌륭한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했다. 이 시간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 명민한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건 무척 안정적이고 편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멋진 연기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기만 하면 되니까. (웃음) 사실 이렇게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나가는 순간이 연기를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일을 즐기는 사람의 주변은 늘 밝기 마련이다. 배우가 연기를 즐기면 빛이 나고 자연스레 자신의 삶을 표현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나중에 촬영한 장면을 보고 너무 몰입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좋은 사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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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Apple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