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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사랑과 희생의 대서사시여, 다시 한번

<타이타닉: 25주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존 랜다우 프로듀서의 글로벌 기자회견

<타이타닉> 25주년을 기념해 밸런타인데이에 재개봉을 기획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프로듀서 존 랜다우가 최근 전세계 기자회견을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30년간 함께 작업해온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뭘 원하는지 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타이태닉호 침몰’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어비스>를 연출하던 당시 카메론 감독은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WHOI)와 작업하면서 타이태닉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WHOI 멤버들이 타이태닉호를 발견해 내부를 탐험하는 것을 지켜보던 카메론 감독은 1958년작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다시 관람했고, 타이태닉호가 러브 스토리의 배경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카메론 감독은 20세기 폭스와 가진 미팅에서 타이태닉호가 침몰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 위에서 펼쳐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라고 영화 <타이타닉>을 피칭했다. 물론 오케이 사인을 받았고, 이후의 이야기는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에 ‘우리의 이야기’를 얹은 것

100년이나 지난 타이태닉호 침몰을 다룬 이 작품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메론 감독과 프로듀서 랜다우는 <타이타닉>이 사랑과 희생을 다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이태닉호 침몰 후에도 1차, 2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인재와 자연재해가 있었지만 침몰하는 타이태닉호에서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구명보트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아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타이태닉호였지만 운항하는 이들의 불찰과 가진 자들의 과욕으로 결국 큰 불행을 맞았다. 카메론 감독은 “이미 엄청난 역사적 사실에 ‘우리의 이야기’를 얹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역사적인 정확성을 위해 방대한 자료조사를 감행한 카메론 감독은 역사학자 돈 린치(타이태닉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 대표 히스토리언)와 함께 시나리오의 정확도를 기했다. 덕분에 100년 전에 일어난 실제 비극을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이 기억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당시 <타이타닉>이 크게 흥행했던 까닭 중 하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출중한 외모도 한몫했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온실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카메론 감독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이 주제가 정말 중요했다. 자신의 가능성을 알게 되고, 충만한 삶을 누린 로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개봉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 <타이타닉>은 현대사회에 여전히 유의미할까? 카메론 감독과 프로듀서 랜다우는 “그렇다”고 주장했다. 우선 타이태닉호에 공존했던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를 살펴보자. 생존자와 사망자를 볼 때 “퍼스트 클래스의 남성은 절반이 사망했고, 여성과 어린이는 거의 모두 구조됐다”. 그렇다면 서드 클래스의 승객을 보자. “남자는 거의 모두가 사망했고, 여성과 아이들은 절반이 사망했다. 계층에 따른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이같은 모습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카메론 감독은 “우리는 지금 지구온난화(기후변화)라는 재난에 직면해 있다. 그것도 수년간 경고를 듣고 있다. 마치 거대한 빙산처럼 직진해 다가오고 있고, 이대로라면 정면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론 감독은 랜다우에게 질문한다. “자 이럴 경우 누가 가장 고통을 받을 것 같나?” 당연히 갖지 못한 자들이다. 문제를 만든 부유한 국가가 아니다. “타이태닉호에서도 가진 자들이 좀더 빨리 뉴욕에 도착하려 했고, 이 요구를 충족시키려던 선장과 선박 소유주의 불찰로 침몰에까지 이른다. 이같은 잘못된 판단은 이제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인류를 담보로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부유한 자들 때문에 가난한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부유한 국가들은 언제나처럼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날 것”이라는 것이 카메론 감독의 견해다. 그는 “내가 보기엔 <타이타닉>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더 의미 있는 영화 같다”고 덧붙였다.

<타이타닉> 캐스팅 비화 “바로 이 사람이다”

기자회견에서는 바다에 대한 카메론 감독의 ‘집착’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카메론 감독에 따르면 어릴 적 해양학자 자크 쿠스토의 영향을 받아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해 15살 때 스쿠버다이버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26살에 영화감독을 시작했으니 연출가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바다에 대한 사랑을 키우며 다이빙을 한 셈이다.

“자격증을 따고 나서 몇년 지나 캘리포니아로 이사해 태평양에서 다이빙을 시작했고, 수천 시간 이상을 세계 곳곳에서 해저 탐험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그가 심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비스>를 감독한 이후다. “사람들은 내가 공상과학영화만 감독하니까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안다. 테크놀로지 외에도 역사에 큰 관심이 있었다. 두 관심 분야를 합한 결과물이 바로 <타이타닉>이다.”

카메론 감독에 따르면 <타이타닉>의 흥행 덕분에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9년간 해양 탐사에 참여했다. 7번에 걸쳐 심해 탐사를 했고, 로봇형 차량을 제작했으며, 타이태닉호 내부와 비스마르크 전함 내부도 탐사했다. 잠수 기구를 제작해 심해 탐사를 계속하면서 해양 보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방영한 자연 다큐멘터리 <고래의 비밀>이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도 고래 보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카메론 감독의 ‘바다의 여정’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그는 “바다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가까운 관계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5년간의 (<아바타> 영화 시리즈) 프로덕션이 끝나면 2주 동안 휴가를 갖고 싶다. 어디로 갈 것 같은가? 물론 다이빙하러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메론 감독과 프로듀서 랜다우는 <타이타닉> 촬영 당시의 뒷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당시 CGI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많은 부분을 실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100% 스케일의 모형 세트를 부분적으로 제작했다고. 하지만 타이태닉호를 더 크게 보이려고 신장 176cm 이하의 엑스트라만 고용했다.

윈슬렛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이미 많은 여배우를 오디션한 상태에서 윈슬렛이 캐스팅을 원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케이트가 이미 많은 시대극에 출연해왔고, 덕분에 ‘코르셋 케이트’라는 별명까지 생겨서 오디션 기회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결국 윈슬렛을 직접 만난 카메론은 그녀의 에너지와 작품에 대한 열정에 끌려 캐스팅을 결정했고 이후 잭 역할을 캐스팅하는 데 윈슬렛 본인의 시간을 할애해 케미스트리 오디션에도 참여해줬다고. 그리고 윈슬렛과 디카프리오가 처음으로 오디션을 함께한 후를 카메론 감독은 이렇게 기억했다. “케이트가 ‘이 사람이다. 당신이 찾던 잭이 바로 이 사람’이라고 외치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카메론 감독은 사람들이 “레오와 케이트가 이렇게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 알았나?” “그들의 커리어에 당신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그들은 이미 가능성을 인정받은 배우였고, 나는 그저 그 순간에 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말한다고 한다. 개봉 25주년을 기념하는 <타이타닉: 25주년>은 국내에서 2월8일, 미국에서 2월10일 재개봉했다.

*이어지는 기사에 <타이타닉: 25주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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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