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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천원짜리 변호사’

“천변 말로는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거래.”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천지훈(남궁민)과 일하는 사무장(박진우)의 말이다. 그 싸움이 ‘빙고 게임’일 줄이야! 갑질 피해자들을 모은 천지훈이 소송을 진행하면 밥벌이가 위태로울 의뢰인들을 대신해 사측과 빙고 대결을 펼친 것. 검사 시보 시절 변호사 천지훈을 만나 패소했던 백마리(김지은)는 할아버지의 명으로 천지훈의 사무실에서 3개월간 변호사 시보를 하며 이 괴이한 변호사를 알아가는 중이다. 노천 맥줏집서 회식을 하던 날. 마리는 “왜 계속 수임료를 천원만 받아요?”라고 묻고 지훈은 “이유… 나도 몰라요. 나도… 몰라요. 꿈이었겠죠”라고 답했다. 같은 대사를 반복하며 천연덕스럽다가 사무치게 그리운 톤으로 변하는 남궁민의 연기는 명불허전. 쉬지 않고 너스레를 떨던 이의 말이 잦아들고 말하지 못한 사연이 밀려온다.

8회까지 방영분에서 3회를 천지훈의 검사 시절을 회고하는 드라마에서 가장 큰 비중은 사망한 연인이 차지한다. 남자주인공의 각성을 위해 여성 캐릭터를 죽음으로 퇴장시키는 게으른 이야기를 계속 문제삼아왔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는 변호사 이주영(이청아)의 자취를 살피면 도구로 한정해 그의 삶을 지워버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주영은 아주 유능한 변호사였고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이 죄를 무마하는 값을 지불하는 ‘비싼 변호사’ 역할에 회의를 느끼던 사람이다. 로펌을 나와 시장통 다방 자리에 사무실을 차리고 원하는 변론을 하겠다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던 이의 꿈이 중단되었을 때. 지훈은 주영의 사무실 벽에 붙은 대로 수임료 천원을 유리 단지에 넣고 주영의 뜻을 이어나간다. 8회로 1막이 종료된 후, 처음부터 다시 보다 알았다. 지훈이 마리에게 여기서 시보를 하려면 먼저 자신의 의뢰를 해결하라고 건넸던 천원으로 주영을 통해 배운 것들이 마리에게도 연결될 거라고.

CHECK POINT

<천원짜리 변호사>의 해외 릴리즈용 제목은 <원 달러 로이어>다. 1달러로 운명이 바뀌고, 복장이 요란하며, 정신없는 입담을 가진 또 다른 변호사로 <브레이킹 배드>의 사울 굿맨(본명 지미 맥길, 밥 오든커크)이 있다.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이들에게 1달러씩 받아 비밀유지 의무를 지키는 변호사가 되는 사울의 전사를 다루는 스핀오프 시리즈 <베터 콜 사울>에서는 1달러 변호사 계약을 연인인 변호사 킴(레이 시혼)에게서 배우게 되는 것으로 쓰인다. 맥락은 다르지만 지미 역시 양로원에서 빙고 쇼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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