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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 ‘님아, 그 시장을 가오’

“이제 제가 제일 잘하는 거 해볼라고요.” 지역 전통시장과 노포를 찾아가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콘텐츠에 백종원만 한 적임자가 또 있을까. 자신을 ‘마트 아저씨’로 착각했던 곡성 콩국숫집 사장님을 놀렸다 띄웠다 하며 묵은지에 대한 자부심을 술술 털어놓게 만드는 화법, 원산지 표시를 깜박해 과태료 낼 걱정이 태산 같은 동해 게 찌갯집 사장님에게 “우리가 벌금만치 먹어줄게요”라며 지폐 몇장을 얼른 내미는 센스는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온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각이다.

흥미롭게도 ‘님아, 그 시장을 가오’는 단순한 맛집 탐방이 아니라 지역 관광자원 발굴과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에 사람이 북적이고 돈이 돈다면 다행일 것이다. 게다가 황홀할 만큼 푸짐한 굴김치와 두부 부침, 놀랍도록 저렴한 국밥과 수육, 직접 기른 채소와 손수 담근 장, 돈 버는 데 ‘욕심’ 내지 않고 손님을 제 식구처럼 여기며 좋은 걸 먹이겠다는 사장님들의 마인드는 도시인들이 기대하는 ‘시골 인심’ 그 자체다. 그런데 이 흐뭇한 풍경에 흠뻑 취하다가도, 박찬일 셰프가 지난 8월 <시사IN>에 쓴 칼럼 한 대목이 마음 한구석을 쿡쿡 찌른다. 수십년 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파와 마늘을 까고 무거운 쟁반을 나르다 ‘인공관절 클럽’ 멤버가 된 사장님, 아주머니, 할머니들을 적잖이 만났던 그는 이렇게 차려지는 밥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물이 될 거라고 여긴다. “…우리는 그런 간편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에 되도록 가지 않으려 한다. 저 아주머니들이 골수를 다 내줄 때까지 기다린다. 우리 시대에는 그래도 진짜 밥집이 남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며 말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골수를 다 내어 먹지 않고도 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밥값부터 사회적 인프라 비용까지 제대로 제값을 지불하는 데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CHECK POINT

댓글을 빼고는 ‘님아, 그 시장을 가오’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 동네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학생의 진지한 환영사부터 “백종원님이 오셔서 고기 많이 주신 게 아니라 항상 많이 주신다”라는 ‘국밥집 옆 미용실 딸’의 증언, “멀리서 오셨을 때 그 집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근처 OOO에 가시라”는 주민 추천 맛집 정보, “전골을 포장해서 집에서 드실 땐 미나리를 넣으면 더 맛있다”라는 레시피 제안 등 그곳에 사는/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와글와글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