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FF Daily > 27회(2022) > 2022 부산국제영화제
#BIFF 7호 [인터뷰]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감독 - 권투 선수, 청각 장애인, 영화 관객의 공통점
임수연 사진 박종덕 2022-10-12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감독 인터뷰

특별기획 프로그램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하마구치 류스케의 다음 세대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미야케 쇼 감독은 일본영화계 뉴 제너레이션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이름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직접 “일본의 켈리 라이카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던 그는 청춘의 온도와 ‘힙합적’ 감각을 절묘하게 치환한 특유의 필치로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 초청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거의 무성영화처럼 찍힌 체육관 신을 비롯해 청각 장애인 권투 선수 케이코(키시이 유키노)를 둘러싼 고요한 공기를 채집해간다.

- 청각 장애를 가진 복싱 선수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 <지지마!>의 영화화를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점에 매료됐나.

= 프로듀서로부터 <지지마!>를 원안으로 키이시 유키노 주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권투도 청각 장애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리서치부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권투 선수가 싸우는 이유였다. 왜 그들은 때리고 맞는 일을 하는 것일까. 왜 서로 상처를 입는 일을 할까. 그게 최대 수수께끼였다. 아마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찌 보면 인생에 던지는 질문과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려고 한다. 그들이 권투를 하는 이유에 답을 찾다 보면 우리의 삶에 대해서도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가사와라 케이코 자체가 에너지 넘치고 자유롭고 자기 인생을 사려고 하는 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지마!>를 원안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키시이 유키노가 연기해준다면, 영화를 보는 관객도 에너지를 나눠가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 왜 16mm 필름 촬영을 해야만 했나.

=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언젠가 필름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두 번째는 미학적인 이유다. 따뜻함과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을 갖고 있는 16mm 필름은 복서의 육체나 낡은 체육관을 찍을 때 어울린다.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있다면 카메라로 이를 왜곡하지 않고 그것 자체로 생생하게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고 싶었다.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했다. 만약에 디지털로 찍었다면 키시이 유키노에게 무척 의지하게 됐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굉장히 힘들고 녹록지 않은 작업인데 “한번 더!”를 외치며 배우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을 것 같았다. 필름은 계속 찍을 수 있는 분량이 물리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배우가 프레시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배우 보호가 가장 큰 이유였다.

- 도쿄의 관광지를 주로 기억하는 입장에선 “저런 곳이 있었나?” 싶은 로케이션이 많았다. 체육관도 매우 낡았다.

= 도쿄 동쪽 강변에서 찍었다. 로케이션을 정할 때 오랜 역사가 감지되는 곳, 그래서 어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언젠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곳을 살폈다. 결과적으로 오랜 역사와 미래의 상실 사이 어떤 지점에 있는 장소를 골랐다.

- 일반적인 권투 영화와는 달리 분명한 클라이맥스도 없고 위기가 크게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 수많은 권투 영화 명작이 있다. 그들이 했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건 큰 승리 이후에도 인생은 계속되고 시행착오 또한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프로 선수가 되는 순간, 데뷔전에서의 승리 같은 것은 기존 영화에서 많이 보여줬던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 오히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20대 후반쯤 되면 지금 삶의 방식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도 될 것인가 점검하게 되지 않나. 케이코 역시 권투로 정점을 찍고 난 후 권투를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 스포츠 영화는 대체로 뜨겁고 시끄러운데,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그 반대의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대비되는 두 요소를 합쳐 영화를 만든 점이 인상적이었다.

= 기획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권투와 청각 장애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상대의 눈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적용된다. 비장애인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청각 장애인의 소리 없는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를 통해 새롭게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특별기획 프로그램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은 2010년대 이후 등장한 젊은 감독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영화 뉴 제너레이션의 존재를 실감하나.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필두로 그 이후의 새로운 세대, 가령 후카다 고지나 이가라시 고헤이를 칭하는 표현 같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영화를 보고 자라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된 부분도 있겠지만 정작 우리가 만드는 영화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뉴 제너레이션’이 존재한다면 전혀 닮지 않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풍부함이 특징이 될 것이다. 이전에 어떤 평론가가 “지금 세대는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작품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만드는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트라우마를 자각하기보다는 너무 당연하게 창작의 바탕에 깔려 있었다. 비평을 통한 언어화 덕분에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혹여나 우리가 자각하고 있지 못할 뿐 한국 관객이나 비평가가 보기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