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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인터뷰] ‘약한영웅 Class 1’ 최현욱, “유연한 호기로움”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22-10-10

<약한영웅 Class 1> 배우 최현욱 인터뷰

<약한영웅 Class 1>에 함께 출연한 홍경최현욱을 두고 “배역이 달라지면 얼굴도 달라 보이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일진 고등학생 역을 맡은 <모범택시>, 2009년생 김강훈과 눈물 나는 우정을 연기한 <라켓소년단>, 힙합과 춤과 멋을 사랑했던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의 모습까지 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분량에 관계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각인시키곤 했다. <약한영웅 Class 1>의 수호는 잘생긴 외모 덕에 따라오는 인기와 또래 친구들의 구애에 무감하다.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느라 학교에서는 잠만 자는 그는 오히려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친구들에게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신인답지 않은 유연함을 인정받으며 단숨에 시리즈물을 이끄는 주연으로 발탁된 최현욱은 첫 등장부터 특유의 호기로운 에너지를 뽐낸다.

- 영화제 자체를 처음 와봤다고. 관객들과 직접 눈을 보며 소통하는 경험을 해보니 어떤가.

= <모범택시> <라켓소년단> <스물다섯 스물하나> 모두 코로나19 때 방영되고 잘됐던 드라마다. 예전에 딱 한번 팬미팅을 한 것 외에 팬들이나 관객과 직접 만난 자리가 처음이었다. 시간 관계상 행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해도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서 계속 말을 덧붙였다. 나를 위해 손팻말을 직접 만들어오는 분들도 한 명 한 명 기억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 <약한영웅 Class 1>은 학창 시절을 거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년들의 예민하고 유약한 이면을 전면에 드러낸 학원 액션물이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어땠나.

=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 현실에 있을 법한 감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처음으로 액션 연기도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 그간 중고등학교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여럿 경험했지만 <약한영웅 Class 1>은 전작들과 다른 결을 갖고 있다.

= <모범택시>는 학교폭력 가해자, <라켓소년단>은 운동복을 많이 입는 시골 학생,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90년대 말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하는 학생이었다. <약한영웅 Class 1>의 수호는 좀더 구체적인 자기 서사를 가진다. 배달이나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버는데 평소 모습은 평범한 학생 같다. 특히 수호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들을 몽타주로 보여주는 신을 보면서 울컥했다.

- 수호의 액션은 콘셉트가 명확하다. 특정 무술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특성을 살린 동작이 많다. 그 외 다양한 디테일을 더해 액션 신에서도 캐릭터 성격이 보이게끔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야구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몸도 잘 쓰더라(최현욱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야구를 했다).

= 예전에 운동했던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됐다. 합을 맞춘 것이지만 합인지 모르게끔, 뭔가 더 여유 있고 능숙해 보이게끔 연기했다. 가령 야구부와 싸우는 장면은 진지하게 임하는 게 아니라 자다 깨서 졸린 데도 그냥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감독님도 웃음기 있게 연기하라는 디렉팅을 주셨다. 액션만큼 그 안에 담긴 감정도 중요하다. 액션 신을 찍을 때 표정 연기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수호는 잘생긴 외모로 또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 사람이 반에서 아웃사이더 취급 받는 시은(박지훈)과 범석(홍경)에게 처음부터 잘해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 수호와 시은은 너무 다르다. 그렇게 충돌하는 지점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시은이 여타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 자체가 신기한데, 심지어 우연히 자주 마주치기까지 하니까 호기심이 생긴 거다. 때문에 수호가 먼저 다가가고, 자기도 모르게 더 챙기기도 한다. 범석과는 한번에 갑자기 친해진 것 같다. 학창 시절에 축구하다가 돌연 친해지는 애들이 있는 것처럼. 같이 싸움에 휘말리고 고기 먹고 돈 때문에 고생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호의 삶에 범석이 스며들었다. 이런 관계성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셋 중 어느 두명이 있어도 좋고, 셋이 있으면 더 즐거운 그런 관계.

- 매사에 무신경한 것처럼 구는 시은과 주눅 든 범석,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수호의 대비가 오히려 케미스트리를 만든다.

= 가장 많이 노력했던 부분 중 하나다. 심각한 사건이 계속 펼쳐지는데 그 속에서 수호가 텐션을 높이면 극중 분위기도 풀어지고 캐릭터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 수호는 만인의 호감을 살 캐릭터다. 그런데 멋있어 보이는 것과 재수 없는 것은 한 끗 차이 아닌가. (웃음) 누구나 좋아할 법한 매력을 연기로 설득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대본만 보면 남의 집에 쳐들어가서 허락도 없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아이다. 자칫하면 무례하고 말도 세게 하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 물을 마신 뒤 하는 행동을 좀더 연구해서 수호가 호감이 될 수 있도록 굉장히 노력했다. 그 역시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위를 맞추는 게 관건이었다. 수호라면 오히려 귀여운 것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상상하며 교실에서 핑크색 베개를 베고 자는 설정도 한 거다.

- 극중 캐릭터도 배우들의 연기 방식도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인간들과 보편적인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 원래 자연스러움이 연기의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직 연기가 많이 부족해서 결과물을 보고 자책할 때도 있지만, 더 잘 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아가며 진짜처럼 보이는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품을 찍기 전에는 매 순간 그 인물이 된 것처럼 행동하려고, 걸음걸이까지 바꿔보려고 한다.

- 시은, 수호, 범석 세 친구를 연기한 배우들의 배경이 전부 다르다. 아이돌 출신 박지훈, <정말 먼 곳> 같은 독립영화를 찍었던 홍경과 달리 웹드라마나 TV 드라마를 통해 주목받았다. 다양한 유형의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여 각자의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도 했겠다.

= 실제로 한준희 크리에이터가 해주었던 얘기다. 너무 다른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에 각자 생각하는 연기 방식도 모두 다를 거라고. 그리고 그런 배우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긍정적인 충돌을 기대한다고. 1회 마지막 신을 찍을 때 내가 (박)지훈이 형 바로 앞에 있었는데, 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웃음) 눈으로 모든 종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정말 놀라운 배우다. 등만 보여도 슬프고 외로운 감정을 전달한다. 형과 같이 연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몰입하게 된다. 현장에서 대기하면서 동료 배우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홍경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작품의 다양성이 필요하고 청춘의 어두운 면을 간과하지 않는 작품이 늘어나야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식의 대화를 나눈 건 내게 처음이었다. 그러다가 파이팅이 필요할 땐 다들 유쾌하게 촬영장 분위기를 띄운다. 진지함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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