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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프리뷰]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 ‘스칼렛’
임수연 2022-10-11

<스칼렛> Scarlet

피에트로 마르첼로/프랑스, 이탈리아, 독일/2022년/105분/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13일/16:30/CGV센텀시티 5관

“우리는 우리 손으로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단편 소설 <스칼렛 세일즈>(1923) 중) 목수 라파엘(라파엘 띠에리)의 손을 거치면 장난감, 조각물, 심지어 악기까지 탄생할 수 있다. 그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돌아왔을 때 부인은 강간당하고 낳은 딸 줄리엣(줄리엣 주앙)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부녀를 범죄자 가족이라 비난하며 배척하고 특히 줄리엣은 어렸을 때부터 또래에게 마녀라고 불리지만 동화적인 평온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엣은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관한 계시를 받고 어느 누추한 행색을 한 남자 비행사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오프닝에 인용된 문장의 출처이기도 한 <스칼렛 세일즈>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백마 탄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중심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줄리엣과 사랑에 빠지는 장(루이 가렐)은 여자를 구원하는 멋진 왕자님이 아니다. 역으로 줄리엣이 장을 구하는 관계의 전복을 통해 ‘근대 배경 모계 사회’를 상상한다. 라파엘과 줄리엣이 예술가로서 보여주는 기적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공동체를 묘사하는 대목은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전작 <마틴 에덴>의 사유를 공유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칼렛>은 전작만큼 정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작품이 아니다. 역사성과 필름메이킹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한 아카이브 영상 활용 비중도 훨씬 줄어들었다. 대신 가브리엘 야레 음악감독이 참여한 몽환적인 뮤지컬 장면을 뒤섞는 등 새로운 방식의 서정성을 시도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작업해온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이 프랑스에서 촬영한, 그의 첫 해외 제작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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