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endor 1999년, 감독 그렉 아라키
출연 조너선 스카치 <HBO> 6월2일(일) 새벽 1시50분
사랑은 ‘일대일’ 관계여야만 하는가? <키싱 투나잇>은 그런 고정관념에 반박하는 영화다. 여기서 남녀관계는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좀더 복잡하게 얽힌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럿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어떨까? 도덕과 사회적 관습, 혹은 상식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렉 아라키 감독의 <키싱 투나잇>은 1990년대 젊은이들의 일탈적인, 그러나 신선한 사랑을 담는다. 베로니카는 클럽에 갔다가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벨과 드러머인 제드가 그들이다.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베로니카는 갈등하다가 나름의 결론을 낸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이다. 베로니카는 아벨, 그리고 제드와 함께 동거를 시작하는데 그들 역시 마지못해 베로니카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처음엔 베로니카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아벨과 제드도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생활에 만족감을 표한다.
<키싱 투나잇>을 연출한 그렉 아라키는 미국 인디영화계의 주목받는 연출자였다. <리빙 엔드>와 <둠 제너레이션> 등에서 그는 섹슈얼리티와 하위문화에 대한 언급, 그리고 이미지를 중시하는 연출 스타일로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퀴어영화의 견지에서 그렉 아라키의 영화는 연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키싱 투나잇>은 그의 연출작 중에서 그나마 온건한 편인데 그럼에도 남녀의 ‘공유’의 모티브, 여성의 임신을 둘러싼 소동극 등을 다루면서 할리우드 주류의 진부함과는 거리를 둔다. 영화가 미국적인 가족 이데올로기를 어떤 식으로 해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변형하면서 이를 새롭게 조립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키싱 투나잇>은 더욱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