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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IFF #4호 [추천작] 다네 콤렌 감독, '애프터워터'
이우빈 2022-05-01

<애프터워터> Afterwater

다네 콤렌/독일, 세르비아, 스페인, 한국/2022년/93분/전주시네마프로젝트

도심에서 생물을 연구하던 젊은 남녀 한쌍이 홀연 숲으로 떠난다. 생명의 기원으로 불리는 호수에 몸소 뛰어들기 위해서다. 숲에 도착한 이들은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함께 호수에 서린 이야기를 읊는다. 그러자 영화는 다른 시공간으로 자연스레 시점을 옮긴다. <애프터워터>는 기성의 문자언어나 음성언어, 영화문법, 심지어 비디오 포맷의 통일조차 따르지 않는다. 사건을 중심으로한 서사 구조나 시계열적인 플롯, 인물간의 직접적 대화 및 심리극 역시 없다. 극적 관습들의 고착에서 탈피하며 <애프터워터>는 자유롭되 밀도 있는, 물과 같은 영화로 흘러간다.

여기선 숏의 시청각적, 촉지적 감각이 주인공이다. 개구리, 풀벌레, 송충이 등 온갖 생물에의 집요한 클로즈업. 황홀한 색채와 풍광의 스펙터클이 공존하는 익스트림 롱숏. 발걸음에 스치는 풀과 진흙의 섬세한 소리. 호수에 둥둥 떠 흐르는 나체의 유동성까지. <애프터워터>는 영화의 근원이 이미지와 사운드의 움직임에, 그리고 이를 통한 영상언어의 연출에 있음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든다. 생명의 기원을 자연에서 직접 입증하는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여정의 끝, 영화는 모든 것의 태초로 회귀한다.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화두가 뜨거운 오늘날, <애프터워터>는 우리가 아직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다네 콤렌 감독은 2017년, 2018년에 이어 다시 전주영화제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