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무당이 된다는 소리를 듣고 예언의 그때가 지날 때까지 겁에 질려 지냈단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 한 적이 있다. 실은 며칠 전에 또 신점을 봤다. ‘이젠 무속인이 뭐라든 개의치 않는다!’는 치기로 석 달 전에 예약했고, 막상 가서는 입담 좋은 무당이 전하는 업계 소식을 듣다가 왔다. 무당은 다들 자기 신이 최고라 여겨서 협회를 못 만 든다기에 깔깔 웃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관련단체가 많다. 기껏 들은 좋은 얘기도 별 신빙성이 없겠다 싶으니 조금 섭섭하다.
익숙한 무당과 낯선 ‘방법사’가 등장하는 tvN <방법>은 요약하면, 한국 오컬트 전문직 드라마다. “방법 몰라요?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말이기도 하고.” 안다. 훔쳐간 나일론 방석을 도로 가져오지 않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방법’한다길래 저렇게 소소한 일로 사람을 저주하나 웃고 넘겼지 업으로 키워 드라마가 될 줄은 몰랐다. 고등학생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은 사진과 한자 이름, 소지품이 갖춰지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진짜로 사지를 오그라뜨리는 장면에 웃음이 터지는데 방법을 하는 당사자가 담담하니까 그럴싸하다. 소진의 엄마 석희(김신록)와 IT 기업 배후에 있는 진경(조민수), 두 무당이 큰 굿판을 벌일 때는 좋은 구경을 하는구나 거리를 두면서도 이들이 직업인끼리 공유하는 상식을 자연스럽게 뱉을 때면 말이 되는지 아닌지 곰곰 생각한다. 설득당하다가 다시 의심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들의 상식에 젖는다. 어떤 웃음은 두려움에 대한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