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못하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지 않는다. 재료를 다루다 허둥댄다. 맛을 보면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수습할 줄 모른다. 일단 끝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자칭 타칭 ‘손 많이 가는 사람’이자 가수 겸 배우인 손담비는 심지어 가위질할 때 요령조차 없다. 뜨거운 프라이팬을 물티슈로 닦고, 먹다 남은 된장찌개를 냄비에 붓고 끓여두지 않는다. 한국 예능에 모처럼 빛나는 여성 요리치가 등장한 것이다(마침 같은 날 방송된, 얼어붙은 제육을 통째로 팬에 던져 넣고 부서지도록 볶는 개그맨 장도연의 호방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예능에서 남자들의 ‘서툰 요리 실력’은 꽤나 흔하고 인기 있는 아이템이었다. 재료가 썩어가는 냉장고를 거리낌 없이 공개하고,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사람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욕먹지 않았다. 요리는 남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여자라면 잘해야 본전이고 못해서 삐끗하면 비난받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만드는 사람은 태연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손담비의 된장찌개 쿡방은 기대와 예상을 벗어나는 여성의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증명했다. 원래 배우가 되려다가 가수로 방향을 틀며 죽도록 연습했던 그는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모든 면에서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대충 살아도 행복하다면 뭐가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