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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눈이 부시게>, 저마다 다른 눈으로 보는 드라마

“내 이름이 제일 구리네. 혜자가 뭐야 혜자가.” 병원 대기실에서 이름이 촌스럽다며 불평하는 딸의 등짝을 후려치는 엄마. 모녀간의 일상적인 다툼 같지만 딸이 배우 김혜자고 엄마가 이정은인 낯선 그림이다. JTBC <눈이 부시게>의 25살 김혜자(한지민)는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로 아빠(안내상)를 구했고, 시계를 쓴 만큼 몸이 늙어서 70대 노인(김혜자)이 되어버렸다. 황당한 설정 같아도 당사자인 혜자나 가족들이 노화에 적응하는 모습은 가볍지 않다. 혜자는 부모님 방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본다. 빠듯한 살림에 노인이 매일 먹는 약값을 대느라 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늙은 딸을 여전히 딸이라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당장 노인을 돌봐야 하는 가족들이 감당하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있다.

기르던 개가 물 정도로 체취가 바뀐 혜자는 바로 며칠 전까지 입었던 옷에 얼굴을 파묻고 20대의 냄새를 맡아본다. 젊은 몸으로 돌아가 활개를 치다가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 자각몽으로 서럽게 흐느낄 때도 있다. 미래가 막연하던 시절에는 그만큼의 희망으로 불안을 달랠 수 있었다. 남은 미래가 뻔하고 구체적인 즈음에 와선, 과거에 사로잡힌 채로 늙는 것에 대한 불안이 더해졌다. 노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에, 몸처럼 늙지 못한 마음에 어떻게 적응할까? 혜자를 현재에 살도록, 있는 힘을 다하도록 붙드는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 다른 눈으로 보는 드라마, 불안을 달고 사는 자의 관심사는 여기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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