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국대학병원에 새로 온 총괄사장 구승효(조승우)는 병원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항암제를 엇갈리게 투여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알아낸다. “죽였죠”라고 묻는 구승효의 추궁에 암센터 과장은 답한다. “의료상 착오입니다.” 병원 조직이 허용하지 않는 ‘실수’의 다른 말이다. 폐쇄적인 조직이 개발한 자기기만의 언어는 직설적인 질문 앞에서 더없이 구차해진다.
재난이 시스템을 검증하듯,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들이닥친 구승효는 대학병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JTBC <라이프>의 이수연 작가는 그를 병원에 침입한 항원으로, 병원 영리화에 맞서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이동욱)를 항체로 두었다. 가치관 대립으로 의료인의 윤리와 병원의 현실을 짚어가는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충돌과 대립을 개개인이 쓰는 언어를 통해 인정사정없이 드러내는 기술은 독보적이다. 장사꾼의 언어로 공공의료의 명분을 세워 의사 집단을 제압하는가 하면, 각자의 파트에서 전문가로 달변을 뽐내던 의사들이 파업을 모의하고 발표할 때는 성기고 낡은 언어를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무엇에 관해 얼마만큼 아는가가 사람의 행동과 노선을 결정한다고 하면, 이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는 그가 쓰는 말이 된다. 질문의 꼬투리, 전염되는 언어를 예민하게 채가는 밀도 높은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부앙, 우앙’ 하는 의미심장한 배경음악이 앞서 나갈 때마다 “제발 작작 좀!”이라고 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