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평식, 김소희, 황인숙이 <빌리 엘리어트>에 띄운 연서
한아버지가 있었다. 광부로 평생을 살았으나 탄광촌도 그의 삶도 이제 마른 석탄조각처럼 부서져갈 것이다. 아버지의 눈을 피해 소년은 발레리나를꿈꾼다. 꿈꾸지만 번번이 가로막힌다. 태어나긴 했지만, 세상은 이들에게 불친절을 거둔 적이 없다. 희망이 있을까. <빌리 엘리어트>는 상처를
쓰다듬으며 삶을 껴안는 영화다. 상처없이 삶을 포옹하는 길은 없다고 아프게 말하는 영화다. 결국 희망을 말하지만 그래서 슬픈 영화다.같은
배급사의 폭탄 같은 오락영화 <한니발>의 개봉 일정이 밀린 덕에 힘겹게 극장 한켠을 지키고 있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진심어린 위안이다.
영화는 결국 두 시간짜리 오락일 테지만, 어떤 오락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오랜 이명을 남긴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올 겨울 끝자락에
찾아와,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마음의 문을 두드린 이 착한 영화에, 두 평론가와 한 시인이 따뜻한 편지 세통을 보냈다.-편집자
▶ 영화평론가 박평식이 이명세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
▶ 영화평론가 김소희가 돌아본 성장기의 ‘빌리’적 체험
▶ 시인 황인숙이 빌리와 주변 사람들을 보며 떠올린 8가지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