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세 작품은 장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이라는 시기 면에서나 소재 면에서나 매우 비슷한 인상을 준다. <라운드 미드나잇>의 경우엔 해당되지 않지만, <버드>와 <델로니어스 몽크>의 뒤에 놓인 한 사람의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버드>에서 감독을, <델로니어스 몽크>에선 이그재큐티브 프로듀서를 맡았다. <버드>로는 89년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사실 이스트우드가 음악가를 소재로 만든 영화는 이 두편뿐이 아니다.
82년 스스로 감독 및 주연한 <홍키통크맨>에서 그는 실제 재즈 베이스 연주자인 아들 카일과 함께 출연, 알코올중독자 컨트리 가수의 인생역정을 그린 바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레드 스토벌의 삶 또한 두편의 재즈영화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인생과 비슷하다. 물론 스토벌은 무대 위에선 두명의 재즈 거장에 필적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무대 아래 생활에선 알코올 혹은 마약, 아니면 둘 다에 찌들었고 광기어린 행동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이들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홍키통크맨>은 자신이 흠모해 마지않는 두명의 재즈 연주가의 일대기를 그리기 위한 스케치 작업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할리우드에선 별 대접을 받지 못해 이탈리아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전전했던 이스트우드 자신의 모습을 만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다.